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침묵하는 것을 에둘러 비판했다.
조수진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공황장애가 도져 한 마디도 어렵다는 미투 상징’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의 심경에 가장 공감할 만한 사람이 서 검사가 아니냐. 서 검사가 박 시장 건에 대해 공황장애를 이유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서 검사는 2018년 방송에서 자신이 겪은 사건을 폭로하며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란 말을 하고 싶어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면서 “서 검사는 나흘 전인 지난 9일만 해도 라디오에 출연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 여성 피해자와 같은 특정 사안에 한 마디도 하기 어렵다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이면, 건강관리에만 전념하는 것이 자신과 국민을 위해 올바른 길이 아닐까”라고 일갈했다.
앞서 서 검사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황장애가 도져 한 마디도 (하기) 어렵다”면서 박원순 전 시장의 ‘미투’ 의혹에 대한 입장 표명을 꺼려했다. 그는 “저 역시 인권변호사로서 살아오신 고인과 개인적 인연이 가볍지 않았다. 애통하신 모든 분들이 그렇듯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개인적 슬픔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한쪽에서는 ‘함께 조문을 가자’ 하고, 한쪽에서는 ‘함께 피해자를 만나자’ 했다.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했고,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를 냈으니 책임지라’ 했다. 한 마디도 입을 뗄 수 없었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떤 분들은 입장 바꿔 네 가해자가 그렇게 되었음 어땠을지 상상해보라고 했다. 제가 그런 경우를 상상 안 해 봤을 것 같으냐”며 “온갖 욕설과 여전한 음해나 협박은 차치하고라도 여전히 계속 중인 제 자신의 송사조차 제대로 대응할 시간적·정신적 능력마저 부족함에도, 억울함을 도와 달라 개인적으로 도착하는 메시지들은 대부분 능력밖에 있었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