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손정의 품 떠나 애플에 안기나

입력 2020-07-14 09:36

소프트뱅크가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매각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설계 칩셋을 컴퓨터까지 확대하려는 애플이 인수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프트뱅크가 ARM 전체 매각, 부분 매각, 기업공개(IPO) 등을 고려 중이라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골드만삭스가 초기 단계에서 자문을 하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 혹은 관련 업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소프트뱅크가 아무런 움직임 없이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다고 WSJ은 예상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320억 달러(약 38조원)에 인수했다. 소프트뱅크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었다. 당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ARM 인수를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정도로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가 ARM 매각에 나서려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로 해석된다. 우선 최근 소프트뱅크 실적 악화로 자금 수혈이 필요해졌다. 소프트뱅크는 1~3월 1조4381억엔(약 16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사상 최악의 적자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T모바일 매각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인수 이후 ARM의 실적이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는 점도 꼽힌다. IoT 분야는 여전히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꼽히지만 본격화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는 ARM 매각 대금을 410억 달러로 고려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ARM은 저전력 기반의 반도체를 설계하는 업체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모두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퀄컴 스냅드래곤, 삼성 엑시노스, 애플 A시리즈 칩셋은 모두 ARM에 라이선스 비용을 내고 설계를 가져다 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ARM 인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은 최근 자체 제작하는 A시리즈 칩셋을 맥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에 이어 맥 라인업까지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 ‘애플 실리콘’ 칩셋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자체 제작 칩셋이 늘어날 수록 ARM에 내는 라이선스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ARM이 매물로 나오면 애플이 관심을 가질 것이는 예상이다. 애플은 2006년부터 ARM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왔다.

IT 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소프트뱅크가 ARM 매각을 결심하면 애플이 인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2010년부터 이런 루머가 있어왔다고 전했다. 또 ARM가 1990년 어드밴스드 RISC 머신즈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조인트 벤처에서 시작했으며, 당시 에이콘 컴퓨터, VLSI 테크롤로지 그리고 애플이 함께 참여했다는 점을 들어 인수 가능성을 예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