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도 퇴장에도 의결된 최저임금…역대 최저 130원↑

입력 2020-07-14 05:20 수정 2020-07-14 05:21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30원 오른 8720원으로 14일 결정됐다. 이는 국내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걸고 집권 초기부터 최저임금 인상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반대로 가장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에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 등 근로자위원들이 크게 반발해 집단 퇴장했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가운데)과 소속위원들이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의 1.5% 인상안 제시에 집단 퇴장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왼쪽)이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전원회의는 근로자위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공익위원들이 낸 안으로 표결에 부쳐졌다. 찬성 9표, 반대 7표로 채택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8천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8590원보다 1.5%오른 130원이 많은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공익위원들이 낸 안으로, 표결에 부쳐져 찬성 9표, 반대 7표로 채택됐다. 표결에는 사용자위원 7명과 공익위원 9명이 참여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과 사용자위원 2명은 공익위원 안에 반발해 집단 퇴장했다. 이동호 한국노동 사무총장은 “공익위원은 1.5%이상은 없다고 말했다”며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한국노총은 올해 최저임금 협상을 퇴장으로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5%는 국내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금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이 가장 낮았던 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으로, 2.7%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를 맞아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우선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코로나19 사태로 생계 위기에 놓인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게 급선무라는 노동계와 기업의 경영난을 덜어주는 게 우선이라는 경영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난항을 겪었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16.4% 인상)을 제시한 반면 경영계는 8410원(2.1% 삭감)을 제시해 양측이 큰 입장 차이를 보였다. 공익위원들은 노사 양측으로부터 1차 수정안을 제출받은 데 이어 ‘심의 촉진 구간’으로 8620∼9110원(인상률로는 0.3∼6.1%)을 제시하고 추가 수정안을 받았지만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공익위원이 중재안으로 1.5%, 130원 인상안을 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된다. 노동부 장관은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국내 최저임금제도 역사상 재심의를 한 적은 없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