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이 ‘인종 평등’ 가치 실현을 위해 2억2000만 달러(약 2646억원)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촉발돼 미 전역을 뒤흔든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M·Black Lives Matter)’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은 이날 미국 내 인종 정의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포함해 총 2억2000만 달러 규모의 기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재단은 ‘흑인 유권자도 중요하다’ 같은 떠오르는 진보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다양한 흑인 주도 인종 정의 단체들을 선정해 향후 5년간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남은 7000만 달러는 주정부 단위 경찰개혁을 위한 지역 보조금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오프소사이어티재단의 패트릭 가스파드 대표는 “이번 투자는 인종 정의를 향한 최근의 동력들을 활용하고자 하는 데서 시작됐지만, 궁극적으로는 인종 정의 시민단체들이 장기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라고 말하기 위해선 ‘흑인 시민단체와 정치조직도 중요하다’고 얘기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NYT는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의 기부금은 흑인 정치, 흑인 시민권 운동 진영을 재정비할 것”이라며 “인종과 정체성이 미국 정치의 명백한 구심점이 됐다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인종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로스와 그의 재단의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나, 이번만큼 광범위한 적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번 투자 발표로 미국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진 소로스를 향한 극우단체들의 음모론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 팩 등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조직해 민주당에 막대한 선거자금을 후원해온 소로스는 그간 극우세력이 만들어내는 근거 없는 음모론의 주된 표적이 돼왔다.
지난달 BLM 시위가 거세지자 극우주의자들의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소로스가 시위의 배후라는 음모론이 퍼지기도 했다. 소로스가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시위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며 시위대를 조종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과 소로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히기 위해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꾸며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P통신은 지난달 2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짓 정보가 빠르고 멀리 퍼지고 있다”며 “하루 2만개였던 소로스 비난 트윗이 50만개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