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 연설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사실상 이달 내에 어려워지는 등 국회 대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개원 연설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개원식 여부는 국회가 결정할 일이지만, 청와대가 집중해야 할 것은 부동산 문제와 공수처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 개원식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대통령이 연설문을 고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여야가 21대 국회 원 구성을 두고 대립하면서 1987년 개헌 뒤 가장 늦게 개원식을 하게 됐다. 역대 가장 늦게 열린 개원식은 18대 국회 때인 2008년 7월 11일이었다. 앞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5일부터 개원식에 대비해 8차례 개원 연설문을 고쳤다고 했다. 국회 원 구성 협상 상황이 여러 번 지연되면서 이에 맞춰 연설문도 고쳤다는 설명이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제 쓴 연설문이 오늘 구문이 되고, 오늘 쓴 연설문이 내일 다시 구문이 되기를 반복한지 8번째”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에도 “국회가 스스로 법으로 정한 절차에 따라 국회의 기본적 의무를 다해달라”며 “입법부 스스로 법을 무너뜨리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국회 개원식이 계속 지연되자 개원 연설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