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측이 “박씨가 해외로 나가기 전 신병을 확보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박씨가 이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이긴 하지만, 신체검증이 실제 진행될지는 재판부 판단에 달려 있다.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 측 변호인은 13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에 “박씨가 부친상을 마치고 출국하기 전 구인장을 발부해 달라”며 증인신문과 함께 신체검증기일을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검찰도 이날 “증인 박주신이 입국했다”고 재판부에 알렸다.
양 박사 등 7명은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전 시장을 낙선시키기 위해 박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들은 2016년 2월 1심에서 700만~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양 박사 측은 지난 11일 입국한 박씨가 박 전 시장의 장례식을 마치고 출국하기 전 증인신문과 신체검증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씨가 해외에 있으면 법원의 증인소환에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6년 10월 양 박사 등의 청구를 받아들여 박씨를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였다. 박씨가 증인신문에 나올 경우 엑스레이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신체검증을 함께 진행하기로도 결정했다. 그러나 영국에 체류하던 박씨가 증인소환에 불응하면서 재판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항소심은 영국 사법당국의 협조를 구해 현지에서 박씨 증인신문과 신체검증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가능하다”는 사실조회 회신도 이뤄졌다. 다만 양 박사 측은 수사기록 번역료 등 비용 문제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박씨가 귀국했으니 기회를 살리자는 것이 피고인 측의 주장이다.
양 박사 측 주장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앞서 박씨의 귀국 직후 “이번 기회에 신체검증을 받으라”는 야당 측 요구가 나오자 “금도를 벗어났다” “도리가 아니다”는 여론의 비판이 제기됐었다. 법원 관계자는 박씨의 증인소환 여부에 대해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달린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박씨의 병역비리 의혹은 1심에서 사실무근이라는 판단이 내려져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박씨가 증인소환에 불응하자 6명으로 구성된 감정위원회를 구성해 병역비리 의혹을 검증했었다. 당시 재판부는 “다른 MRI기계에서 촬영하고 있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박씨가 촬영 중인) MRI기계에 전송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