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 유착’ 의혹 사건 당사자인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외부 전문가들에게 수사의 적정성 등을 판단해 달라며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가 무산됐다. 이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신청한 수사심의위의 개최가 예정된 상황에서 중복 소집은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이자 이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도 “공작과 협박은 양립할 수 없다”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3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부의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이미 부의 결정이 있어 수사심의위가 소집될 예정”이라며 “해당 절차에서 피의자의 의견 진술 기회가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이 전 기자 측은 지난 8일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협박 취재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 전 대표 측 수사심의위 요청이 지난달 29일 받아들여진 데 대한 ‘맞불’ 성격이었다. 이 전 기자 측은 부결 결정 뒤 입장문을 내고 “실질적인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이 전 대표 권리만 중요하고, 직장에서 해고된 채 공공연히 구속 수사가 운운되고 있는 이의 무게가 서로 다른 것이냐”며 유감을 표했다.
주부, 교사, 회사원 등 일반인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 중 무작위로 추첨된 15명은 오전 10시부터 열린 부의심의위에 참석, 과반수 이상 동의로 부결 결정을 내렸다. 회의에선 이 사건의 실체 및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와 관련해서도 2~3시간가량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과 이 전 기자는 각각 A4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수사심의위는 이달 안에 열릴 예정이다. 이 전 기자 측은 수사심의위에서 이 전 대표를 협박 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이유와 제보자 지모씨 진술의 신빙성 문제 등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씨는 MBC 보도 이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먼저 선처를 요구하거나 어떤 거래를 요구한 적 없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3월13일 이 전 기자와의 만남에서 지씨는 이 전 대표를 ‘친구’라고 칭하며 “친구 부탁은 한 일주일만 시간을 벌어 달라” “이철 대표도 이런 도움을 못 받는다면 왜 하겠나”라고 말했다. 이는 지씨가 검찰 출정을 미뤄달라고 이 전 기자에게 부탁한 것인데, 법조계에선 기자와의 대화를 일종의 ‘거래’로 인식한 증거이며 협박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씨 진술의 신빙성 문제도 있다. 지씨는 또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뭐라도 내놔라. 유시민 작가의 강의료 준 거라도 줘라. 그러면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다’ 그런 워딩이 정확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녹취록에 해당 발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한 검사장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 등도 이날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한 검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공작’의 실체가 우선적으로 밝혀져야만 ‘제보자X’ 측이 협박 또는 강요미수를 당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신청한다”고 말했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 고발인과 피고발인 등 사건관계인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이 5건이나 이뤄지면서,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을 둘러싼 진영의 대립을 시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