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K리그 ‘2차 연고이전 더비’…“최대한 신속 재개”

입력 2020-07-13 16:55 수정 2020-07-13 17:02
지난 12일 10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제주 유나이티드와 부천 FC 1995가 내놨던 매치데이 포스터. 제주 유나이티드, 부천 FC 1995 제공.

예상못한 짙은 안개로 미뤄진 K리그2 제주 유나이티드와 부천FC 1995 사이의 라이벌 경기가 아직까지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요인과 제주의 FA컵 일정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최대한 이른 시일에 미뤄진 경기를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양 팀만 한 라운드가 빠진 채 일정이 진행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12일 미뤄진 제주와 부천의 경기는 가급적 가까운 시일로 일정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먼저 양 구단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재지연을 막기 위해 날씨 변수가 적은 날을 골라야 한다”면서 “기존에 코로나19로 인한 변수를 고려해 예비일을 마련해놨지만 앞으로 어떻게 관련 상황이 전개될지 모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 구단 관계자는 “일단 15일에 FA컵 일정을 앞두고 있어 이 경기를 치르고 나서 미뤄진 부천전 일정을 언제로 잡을 수 있을지 가늠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원정을 위해 떠났다가 이날 비행기를 타고 귀환한 부천 구단 역시 “아직까지는 가능한 일정을 논의한 게 없다”고 밝혔다.

이날 원정팀인 부천 응원을 위해 부천 서포터 ‘헤르메스’ 회원 중 일부는 휴가를 같은 기간에 잡아 미리 제주도 현지로 떠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헤르메스 관계자는 “서포터 입장에서는 차라리 경기가 관중 입장이 가능해질 시기까지 미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번 경기는 과거 연고이전의 역사가 얽힌 양 팀간의 두 번째 대결로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지난 5월 열린 양팀 간 첫 경기인 4라운드에서는 원정팀 제주가 경기 막판 터진 결승골로 0대 1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현재 양팀 간의 승점도 단 1점에 불과, 서로를 잡는 팀이 최상위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5월 경기 당시만해도 비교적 ‘조용한 마케팅’을 펼쳤던 제주는 최근 공개한 매치데이 포스터(경기를 앞두고 발행하는 홍보 포스터)에서 팀의 전신인 과거 유공 코끼리 시절을 상징하는 코끼리와 현 제주 구단의 상징인 사슴을 함께 싣으며 ‘On-going history of us(계속되는 우리의 역사)’라는 문구를 실었다. 이에 대응하듯 부천 구단은 제주의 엠블럼을 손에 쥔 선수의 뒷모습과 함께 “Go hunting(사냥에 나서자)”라는 문구를 포스터에 실었다. 과거 2006년 부천 SK가 연고지를 제주로 옮기면서 형성된 라이벌 관계를 고려한 마케팅이었다.

제주 구단 관계자는 “팬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도발’의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갈길을 가겠다는 의미로 만든 포스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분 나빠할 팬들도 있을 수 있지만 역사가 있기 때문에 양팀 사이에 지금의 스토리가 만들어졌고 이를 외면하지는 말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앞서 부천 구단은 5월 홈경기를 앞두고 ‘절대 잊지않을 그날’이라는 문구를 포스터에 실으며 구단의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내놓아 K리그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