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북한 조평통에 이례적 정정보도 요청…북은 묵묵부답

입력 2020-07-13 15:14
우리민족끼리 캡쳐.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우리민족끼리가 하 의원이 이끄는 청년문제 해결 기구 ‘요즘것들연구소’의 취지를 잘못 이해해 왜곡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남측 보수정당을 겨냥한 비난 기사를 자주 게재해온 북한 매체가 정정보도 요청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북측은 공문을 담은 이메일을 열어보지도 않았다.

요즘것들연구소는 13일 “우리민족끼리가 게재한 기사에 허위 사실이 있다며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공문을 북측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 10일 통일부 남북교류협력시스템을 통해 북한주민접촉신고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은 뒤 해당 공문을 주중 북한대사관 이메일로 전달했다. 북한의 대남 부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는 중국에 서버를 두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6일 ‘요즘것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물건 현상 상태 등을 추상적으로 대상화해 나타내는 ‘것’이라는 표현을 사람에게, 더욱이 남조선 청년들을 ‘요즘것들’이라고 속칭하는 천박하고 무례하고 몰상식한 미래통합당의 지적능력에 기가 막힐 뿐”이라고 통합당을 비난했다. 이 기사는 앞서 북한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에도 실렸다.

요즘것들연구소는 “연구 대상은 요즘 사람들만으로 한정하지 않으며 물건과 취미, 사상, 행동 양식까지 총망라한다”면서 청년들을 비하하고 있다는 우리민족끼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연구소는 “비판과 수용으로 합의를 찾는 민주주의의 힘을 북한에 보여주고 싶어 공문을 보낸 목적도 있다”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 측에서 북한 매체에 정정보도 요청을 한 사례는 (이전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중 북한대사관 측은 현재까지 정정보도 요청 공문이 담긴 이메일을 읽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요청을 접수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하 의원은 “통합당이 젊은 감각의 청년정당으로 변모하는 모습에 북한이 꽤 두려운 모양”이라며 “합리적인 비판은 언제든 수용할 수 있으나 북한 언론이 팩트체크에 조금 더 훈련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