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이토카인 폭풍(과잉 면역·염증 반응)’ 때문에 중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유발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이런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는지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아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치료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공동 연구진이 중증 코로나19 환자에서 나타나는 과잉 면역·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냈다. 그간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어 ‘착한 사이토카인’으로 알려진 ‘인터페론’이 원인의 하나로 지목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와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팀이 서울아산병원 김성한 교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최준용·안진영 교수, 충북대병원 정혜원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서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바이러스 등 병원체 침입시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이 과다하게 분비돼 이 물질이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중증 및 경증 코로나19 환자로부터 혈액을 얻은 후 면역세포들을 분리하고 단일세포 유전자발현 분석이라는 최신 연구기법을 적용해 그 특성을 상세히 분석했다.
그 결과 중증 또는 경증을 막론하고 코로나19 환자의 면역세포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인터류킨-1(IL-1)이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특히 중증과 경증 환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인터페론’이라는 사이토카인 반응이 중증 환자에게서만 특징적으로 강하게 나타남을 확인했다.
인터페론(interferon)은 사이토카인의 일종으로 숙주 세포가 바이러스, 세균 등 다양한 병원체에 감염되거나 혹은 암세포 존재 하에서 합성되고 분비되는 당 단백질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분비되는 제1형 인터페론이 많이 알려져 있으며 주변 세포들이 항바이러스 방어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돕는다.
지금까지 인터페론은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는 ‘착한 사이토카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공동 연구팀은 인터페론 반응이 코로나19 환자에서는 오히려 과도한 염증 반응을 촉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증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면역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과잉 염증반응 완화를 위해 현재 스테로이드제 같은 항염증 약물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번 연구를 계기로 인터페론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획기적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를 주도한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 이정석 연구원은 13일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의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긴박하게 시작했는데, 서울아산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충북대병원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불과 3개월 만에 마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의철 교수도 “코로나19 환자의 면역세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상세히 연구함으로써 향후 치료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도록 새로운 면역 기전 연구 및 환자 맞춤 항염증 약물 사용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부분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바이러스에 저항하기 위해서 만든 많은 면역 반응들이 과도하게 발현이 됐을 경우 그게 본인을 공격해서 좀 더 많은 중증을 나타낸다는 보고와 또 경증 보다는 중증 환자에서 이런 것들이 많이 보인다는 연구결과로 알고 있다”면서 “이를 근거로 중증을 예방하거나 아니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좀 더 상세한 임상연구 또는 치료제나 치료법 개발 연구에 적용이 되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