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누구야?”…헛발질 계속하자 공화당서도 ‘거리두기’

입력 2020-07-13 08:13 수정 2020-07-13 10:05
트럼프 잇단 실수로 공화당 ‘공멸’ 위기감
일부 공화당 의원들, 정치광고에 트럼프 거론안해
트럼프 ‘바이든 때리기’…선거판세 급변할 수도

미국 ABC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다. 빨간 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 대해 반대 입장이고, 노란 선이 찬성 의견이다. 지난 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처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 3월 18∼19일 이뤄졌던 여론조사에서는 유일하게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지지가 반대보다 높기도 했다. ABC방송 홈페이지 캡처

미국 ABC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8∼9일 미국 성인 7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7%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처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ABC방송과 입소스가 지난 3월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묻기 시작한 이후 반대 입장은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고, 지지 의견은 가장 낮게 나왔다.

추락하는 트럼프 지지율

최근 미국 여론조사들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지난 6∼7일 미국 성인 9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트럼프 대통령 국정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도 반대가 57%나 나왔다. 지지는 40%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밀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CBS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7∼10일 실시한 미국 대선 격전지 여론조사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불길한 소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주에서 46%의 지지율을 얻으며 바이든(45%)을 1% 포인트 차로 간신히 앞섰다. 애리조나주에서는 46%의 지지율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텍사스주는 1976년 이후, 애리조나주는 2000년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승리를 거둔 적이 없는 공화당의 전통적 텃밭이다. 그러나 텍사스주와 애리조나주도 경합지로 변신하는 상황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이다. 흑인 사망 항의 시위에 대해 인종 차별적으로 대처하면서 중도층이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대선·상원·하원 ‘싹쓸이’ 전망도

특히 올해 11월 3일에는 미국 대선만 실시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상원 전체 100석 중 35개석이 걸린 상원의원 선거와 하원 전체 의석(435석)을 놓고 하원의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현재는 여당인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원을 장악하고 있다. 야당은 민주당은 2018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선은 물론 상·하원 선거를 싹쓸이하는 정치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파는 듯한 헛발질을 연거푸 하면서 공화당을 공멸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에 있는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AP뉴시스

특히 WP는 “트럼프가 누구야? 접전지역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정치광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언급하기를 피하고 있다”는 기사를 지난 9일 실었다.

공화당 소속의 코리 가드너(콜로라다주)·마샤 맥샐리(애리조나주)·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 등은 최근 선거운동 광고를 찍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가 선거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을 주는 상황이 된 셈이다.

공화당의 위기 경보는 이미 울려 퍼지고 있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켄터키주) 의원 등을 비롯해 5개 지역에선 민주당의 도전자들이 엄청난 액수의 선거자금을 모금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선거전략은 오로지 ‘바이든 때리기’

민주당은 신중한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지만, 지지세력의 결속력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민주당이 승리했던) 2018년 하원 선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없었다”면서 “올해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있기 때문에 그의 지지자들이 투표소를 많이 찾을까 하는 것이 문제”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진영이 흑인과 민주당 전통 지지층들의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방해 공작을 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감추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진흙탕 싸움을 피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도 민주당에겐 걱정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략은 오직 하나다. ‘바이든 때리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도 74세이긴 하나 77세의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정신적 분별력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또 바이든 전 부통령이 급진 세력의 조종을 받고 있으며, 미국 경제를 망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금은 우세국면이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자칫 말실수라도 하거나 개인적인 스캔들이 터져나올 경우 선거 판세가 급변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