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강탈당했다” 억울함 호소한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

입력 2020-07-13 06:46 수정 2020-07-13 08:52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옵티머스 이혁진 전 대표와의 사진을 보여 주며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의 5000억원대 사모펀드 사기와 관련해 회사 설립자인 이혁진(53) 전 대표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히려 자신은 회사를 강탈당한 피해자이며 이번 환매 중단 사태는 ‘바지사장’인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와 금융 모피아,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이 기획한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는 현지시각으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김치 판매‧배달 사업을 하는 이 전 대표를 만났다고 13일 보도했다. 이 전 대표는 옵티머스의 전신인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을 창립한 인물로 2017년 7월 옵티머스 대표에서 사임한 뒤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고 주장했다. 사임 뒤 미국으로 출국한 그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김치 판매‧배달 사업을 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 새러토가에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이 전 대표는 “내가 이번 사기 사건으로 이익을 본 게 있다면 여기서 이런 일을 하고 있겠느냐”며 “나는 내가 설립한 회사를 강탈당한 피해자로, 수천억 원은커녕 수억 원의 돈도 만져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옵티머스 환매 중단 사태는 '바지사장'인 김재현(구속) 옵티머스 대표를 내세워 금융 모피아(옛 재무부 영문약칭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와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의 카르텔이 치밀하게 기획한 사기극”이라고 한 이 전 대표는 “옵티머스 자문단에 있는 모 법무법인 고문과 자금 조달을 책임진 옵티머스 대체투자 대표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전 대표는 2018년 2월 김재현 대표와 양호 고문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는 또 대통령 순방을 이용해 해외 도피에 나섰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대통령의 순방지였던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에 가기 전 이미 중국 상하이에 체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상하이에 머물다 2018년 3월 21일 열린 옵티머스 주주총회 참석차 귀국했고, 주총에서 대주주를 변경하려던 시도가 실패한 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쫓아 베트남으로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느냐”고 반문한 이 전 대표는 “나도 억울해 금융위원장을 만나 잘못된 일을 신고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공식 수행단이 아니었고 행사장이 어수선했기 때문에 한국인이 잠깐 들어가는 일은 누가 도와주지 않아도 어렵지 않다”고 한 이 전 대표는 “이미 베트남에 가기 전 상하이에 가 있었다”고 했다.

출국 기록을 확인하면 다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 그는 대통령 순방을 이용한 해외도피는 일부 언론이 의도적으로 꾸민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한양대 동문인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는 사이라고 시인하면서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임 특보와 내가 정말 친했다면 19대 총선 때 내가 당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서울 서초갑 지역구에 출마했겠느냐”고 한 이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양호 고문 등이 투자금을 모금하면서 계약서 작성 등 법률자문을 할 때 통상적인 금액의 10~50배의 법률자문 금액을 받아 챙기는 구조로 기획된 사기극”이라고 했다.

“나는 이번 사기 사건과 전혀 연루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피나 숨을 이유가 없다”고 한 이 전 대표는 “내가 아니라 기무사령부 계엄 문건 작성에 연루된 뒤 미국으로 달아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7월까지 옵티머스 대표를 맡았던 이 전 대표는 이후 횡령·성범죄 등에 연루돼 2018년 3월 검찰 수사를 받다 해외로 출국했다. 당시 검찰은 이 전 대표에 대해 70억원대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를 포착했지만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아 출국이 가능했다. 일각에선 같은 시기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일정에 수행원으로 포함돼 동행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