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세균 국무총리,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이 6‧25전쟁영웅이지만 친일파 논란에 휩싸인 백선엽 장군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민주당은 친일 행적 논란 등을 감안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지만 전쟁영웅인 백 장군을 홀대한다는 여론이 일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이 대표가 직접 조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2일 오후 8시30분 서울 송파구 서울 아산병원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송갑석 대변인도 함께했다. 박 장군의 빈소에서 헌화한 이 대표는 “장군님과 2005년 총리공관에서 저녁을 모시고 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며 “그때만 해도 정정하셨다”고 회고했다.
이후 이 대표는 비공개 접견실에서 고인의 장남인 백남혁씨와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2005년 백 장군과 위례신도시 부근 군 복지시설 조성 문제로 만난 것을 떠올리며 “당시 백 장군이 대단히 후배를 아끼는 분이었고 굉장히 건강했던 분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송 대변인이 전했다.
송 대변인은 또 장남 백남혁씨가 백 장군을 대전현충원이 아닌 서울현충원으로 안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사전에 합의된 내용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미 재작년 고인께서 건강하시던 시절 대전현충원에 가기로 가족과 사전에 이야기가 돼 있었다”고 한 송 대변인은 “고인의 뜻도 그렇고 본인 뜻도 그렇고 대전이든 서울이든 다 같은 대한민국이고 대전 현충원이든 서울현충원이든 모두 국립현충원”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유가족은 이대표의 조문에 사의를 표했고 이 대표는 “조금 더 일찍 올 수 있었는데 지방에 머무르고 있어 다른 일정과 맞추다보니 조문이 늦어졌다”며 “내일 날씨도 궂은데 장례를 순조롭게 잘 치렀으며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보수성향의 유튜버들은 이 대표를 향해 “어떻게 장군님을 이렇게 홀대할 수 있냐”고 항의하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이 고인의 친일행적 논란 등을 감안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은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민홍철 국방위원장도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국방위원장 입장에서 군의 원로이셨고 6.25전쟁에 공헌하셨다는 점에서 애도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4시45분 백 장군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과 함께 20분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정 총리는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고인께서 6.25전쟁에 큰 공훈을 세우셨다”며 “그래서 정부에서 육군장으로 고인을 국립대전현충원에 잘 모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총리는 ‘서울현충원에 모셔달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답변 없이 빈소를 떠났다.
청와대도 이날 오후 노영민 비서실장과 서운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안보실 1차장,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노 실장은 방명록에 ‘한미동맹의 상징이시고 한국군 발전의 증인이신 백선엽 장군을 애도합니다'라고 적었다.
노 실장은 조문 후 ‘유가족과 어떤 얘기를 나눴느냐', ‘대통령이 남기신 메시지가 있느냐' 등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 없이 빈소를 떠났다. 앞서 청와대는 백 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이 예우에 맞지 않다는 일각의 주장에 관해 청와대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혀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문 대통령 명의의) 조화(弔花)는 이미 전달이 됐다”면서 “그 행위 말고 청와대가 다른 입장을 밝힐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육군은 백 장군에 대한 장례를 육군장(葬)으로 치르기로 결정했고 오는 15일 육군참모총장 주관의 영결식을 엄수키로 확정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