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인근 영종국제도시의 영종2지구(중산지구) 자연환경조사 결과 보호종 흰발농게가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 많은 수의 개체가 확인됨에 따라 매립계획을 백지화하는 등 보호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인천자유구역청은 영종2지구 매립 면적을 당초 계획대비 60%로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환경당국에 따르면 현재 영종2지구(중산지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흰발농게에 대한 전문기관의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식 분포와 개체 수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자료 축적을 위한 이번 조사에는 인천시(환경정책과, 도서지원과),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가톨릭환경연대와 영종환경연합이 공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있다.
정확하고 공신력 있는 실태 파악 차원에서 진행되는 이번 조사는 영종2지구 갯벌 일원 393만5000㎡ 면적이 해당된다. 조사는 드론을 이용한 공중촬영, 조사대상 표본지 지정, 표본지 단위면적당 흰발농게 개체 수 파악 등의 방법이 사용된다. 기간은 6월부터 10월까지다. 흰발농게에 대한 조사는 6, 7월 집중적으로 진행, 7월말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에는 보호종 철새를 조사하게 된다.
이번 조사가 중요하고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해당지역에 대한 매립, 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종2지구는 영종도와 영종도준설토투기장 사이에 있는 공유수면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곳을 매립해 인천국제공항 배후지역 물류산업 용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략환경영향평가 정밀조사 과정에서 법정 보호종인 흰발농게와 큰기러기, 저어새 등의 서식이 확인됐다. 지난 6월 환경단체와 전문가 등이 진행한 민간조사에서도 흰발농게의 대규모 서식이 확인됐었다.
흰발농게는 십각목 당랑게과의 절지동물이다. 수컷의 하얗고 큰 집게발이 특징적이다. 갯벌매립과 오염 등의 원인으로 서식지가 지속적으로 파괴, 개체수가 줄어 2012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역 환경단체들은 영종2지구 매립 계획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 역시 지난 2018년 5월 계획 입지의 부적절성, 개발계획의 적정성(필요성)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현재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립생태원 관계자에 따르면 예상보다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 많은 수의 개체가 확인되고 있다. 또한 해당지역이 흰발농게에게 적합한 서식환경을 갖추고 있어 자칫 훼손될 경우 개체수 급감이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매립 자체는 물론이고 주변 지역 개발행위도 전면 검토, 수정이 필요할지도 모를 상황인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인근 지역을 해상생태공원으로 지정하고 보호지역으로 추가지정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드론촬영을 통해 멸종위기 흰발농게의 서식상황을 카카오TV에 공개한 영종국제도시 주민 홍소산 영종환경연합 대표는 “흰발농게가 다수 발견된만큼 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며 “국내 최대 규모의 흰발농게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이 개발보다 더 큰 투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