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조선인학살 거론하며 코로나19 배타주의 경계해야

입력 2020-07-13 06:00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AP뉴시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사진)가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을 예로 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하에서 배타주의가 확산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무라카미는 12일 일본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일종의 위기 상황에서 예를 들어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것을 진정시키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관동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현재 도쿄를 중심으로 이바라키현, 지바현, 시즈오카현 등 관동 지방 내륙 및 연안 지역에 큰 피해를 발생시켰다. 지진으로 인한 총 사망자만 10만명이 넘는다. 당시 흉흉해진 민심을 배경으로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와 약탈을 자행한다’는 유언비어가 퍼졌다. 일본인 자경단은 유언비어를 이유로 조선인에 대한 대량 학살을 자행했다.

무라카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하는 것처럼 제한된 문자로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SNS가 일종의 발신 중심이 되고 있다”며 “그런 문장으로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므로 나는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그렇지 않은 메시지를 발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무라카미는 이달 초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라디오 진행 경험 및 코로나19 상황하에서의 문학과 음악의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0일에 이어 2회에 걸쳐 게재됐다. 무라카미는 2018년 8월 도쿄 FM 라디오 프로그램 ‘무라카미 라디오’ DJ로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모두 15번의 라디오 방송을 내보냈다. 도쿄 FM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지만 이전 두 번의 방송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집에서 녹음을 진행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