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면 수업을 재개하지 않는 대학에 소속된 유학생을 상대로 ‘비자 발급 불가’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하버드대와 MIT 등 180여개 대학이 줄소송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 혜택 박탈’로 응수하며 연방정부와 대학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은 오는 가을 학기 온라인 수업을 수강하게 될 유학생의 비자를 규제하는 정부 방침에 대해 180여개 대학들이 중지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이 사실은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에 제출된 한 법정대리인의 서류가 공개되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이번에 공개된 서류는 ‘이민·고등교육을 위한 총장 동맹(PAHEI)이 작성한 소장으로, 유학생 비자 규제 관련 정부 방침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PAHEI는 450개 공립 및 사립대학과 단과대학의 총장·학장으로 구성된 단체로, 미국 전역에서 500만명 이상의 대학 교육에 관여하고 있다.
미리엄 펠드블럼 PAHEI 사무국장은 “정부의 새 이민정책과 이민국의 방침은 가뜩이나 어려운 유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완전히 파괴할 뿐”이라며 “이번 정부의 조치는 유학생 금지 조치와 다를 바 없다.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반고등교육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또 다른 공격수단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6일 미국 내에서 F1이나 M1 비자를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외국 학생이 올가을 학기에 온라인 강의만 수강할 경우 즉시 출국해야 한다는 내용의 새 정책을 발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비자 규제 정책을 둘러싼 대학들의 줄소송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유학생 비자 규제에 이어 대학에 주어진 세금 혜택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적 편의를 목적으로 대학들에 주어진 면세 지위를 회수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너무나 많은 대학이 급진좌파 이념에 물들었다”며 “공공정책에 반하는 프로파간다가 지속될 경우 재무부에 대학의 면세 지위 재검토를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연방정부의 자금지원도 철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자신이 트위터에서 언급한 ‘좌파 이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이런 공격적인 행보는 ‘9월 학기 대면수업 전면 재개’를 밀어붙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모든 학교가 물리적으로 다시 열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며 “그는 학교가 폐쇄된 것이 보건상의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