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판매업체’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번 터지면 100명이 넘는 확진자를 양산해 방역당국이 애를 먹고 있다. 지역을 옮기는 ‘떴다방’ 형식과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가정 소모임 형식 등으로 진행되는 탓에 감염고리를 선제적으로 끊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2일 0시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21명이다. 광주 방판업체 모임의 경우 고시학원, 요양원, 사우나 등 12개의 노출경로를 통해 이날 정오까지 135명의 누적 확진자를 냈다.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광주 북구 배드민턴 클럽 집단감염도 방판업체발 ‘n차 감염’으로 확인돼 이날 관련 사례로 재분류됐다.
수원 교인모임과 인천 아파트 모임, 군포 해피랑힐링센터, 고양 원당성당 등을 통해 바이러스 전파가 진행 중인 수도권 방문판매 모임은 전날 정오까지 40명의 누적 확진자를 발생시켰다. 서울 관악구 방판업체 ‘리치웨이’의 누적 확진자는 200명이 넘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시·군·구에 영업신고 한 방판업체는 1만6965곳, 시·도에 등록한 다단계판매업체는 138곳이다. 영업 방식까지 신고할 의무는 없어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한 지역에 ‘매장’을 열고 일정 기간 영업한 뒤 지역을 옮기는 게 일명 ‘떴다방’이다. 특히 노인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다. 행사가 열린다는 내용의 ‘쪽지’를 건네는 방식으로 노인들을 모집한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A씨(83)는 “할머니들에게 ‘어머니’ 하면서 안마도 해주면 노인들이 여기에 넘어간다”며 “사실상 놀러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처 관계자는 “방판업체발 코로나19가 지역 간 연결고리를 갖는 것도 업주들이 이렇게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정 소모임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빈번하다. 경기도에 사는 가정주부 B씨(60)는 “문화센터에서 알게 된 엄마가 집에 초대해 갔더니 10여명의 주부가 모여 있었고 후라이팬을 파는 방판업주가 요리를 시연했다”며 “부녀회를 통해 장소 물색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방판업체를 코로나19 고위험시설로 지정했지만 떴다방이나 가정 소모임 형식으로 운영되면 방역수칙 준수 여부 확인이 어려워 처벌이 쉽지 않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은 “방판업체의 고위험시설 지정 이후 시설 초대 대신 가정방문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