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용자 측 “내년 최저임금 최소한 동결”

입력 2020-07-12 17:28
지난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6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 회의에 참석한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이 최소한 동결돼야 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계가 제시한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동계의 삭감안 철회 요구에 대해선 “전제를 깔고 협상하진 않겠다”고 맞섰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 최저임금 논의와 관련해 “경영계는 최소한 동결이나 그 밑(삭감)으로 가겠다”며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쳐도 마이너스 1.5%인데 최저임금을 인상할 순 없다”고 밝혔다. 다음 수정안에서 삭감을 유지하거나 동결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지난 9일 열린 6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은 내년 최저임금 수정안으로 올해(8590원)보다 9.8% 오른 9430원을 제시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은 1.0% 삭감한 8500원을 내놨다.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보다 570원 낮추고 경영계는 90원 높인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위원들은 ‘삭감안 철회’를 요구하며 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최저임금위는 자정을 넘겨 7차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노사 수정안 논의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노동계는 장외 여론전을 통해 경영계가 삭감안을 철회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류 전무는 “미리 전제를 깔고 협상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노사, 공익위원들이 협상을 통해 이견을 좁혀야 한다”면서 “일방적으로 (경영계가 삭감안을) 내려놓는 것을 협상의 전제로 하는 건 잘못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모든 협상에는 전략이 있다”며 “결과는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데 협상 전부터 일방적 주장만 앞세우는 건 사회적 대화 취지에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류 전무는 경영계가 내년 최저임금으로 ‘최소한 동결’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기존 노동자 임금을 내리자는 게 아니다. 새로 들어오는 직원 인건비 부담을 덜고 사업을 시작하는 소상공인 부담이라도 줄여주자는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진 후 인상을 검토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공익위원 역할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선 공익위원들이 근거를 갖고 노사 이견을 좁혀주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극과 극의 대립을 이어가면 공익위원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2011년에도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인상률 구간으로 6.0~6.9%를 제시한 후 표결로 6.0% 인상안이 채택된 바 있다.

8차 전원회의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공익위원은 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9차 회의에서 최종 심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고시시한이 8월 5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에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심의를 더 늦추는 것은 스스로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노사 양측이 8차 전원회의에서 협상 가능한 현실적 수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변수는 근로자위원들의 전원회의 참석 여부다. 한국노총 추천 위원 5명은 8차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민주노총 추천 위원 4명은 불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막판 줄다리기에서 수적 열세인 노동계가 경영계 요구안에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