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2일 경기 안산 A유치원에서 집단식중독 사고가 발행하고 한 달이 지났다.
총 118명의 유증상자가 확인됐고 이 가운데 69명이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았다. 16명은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진단을 받았다. 특히 4명의 어린이는 투석치료까지 받을 정도로 치명적이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경찰이 압수수색까지 벌였지만 아직까지도 식중독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보존돼 있는 보존식과 유치원 조리기구 등에서는 장 출혈성 대장균이 발견되지 않았고 유치원이 보관하지 않았던 음식 6건 가운데 식중독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은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적인 단서는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2일 현재(10일 기준) 2명의 어린이가 치료를 받고 있으나 퇴원한 어린이 중 일부는 식중독 사고로 인한 휴유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햄버거병을 앓고 퇴원해 일주일에 한 번씩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B(4)양은 지난 9일 병원진료에서 고혈압 처방을 받았다.
피, 소변검사를 하고 빈혈 등 각종 수치가 1주일 전보다 나아졌다는 의사의 말과 함께 혈압을 쟀는데, 비슷한 연령대 소아의 고혈압 기준(수축기 기준 100∼110mmHg)보다 다소 높은 123mmHg이 나와 고혈압약 처방을 받았다.
B양의 어머니 C(43)씨는 “약을 먹고 나면 (아이가)식은땀을 흘린다. 일시적인 증상이 아닐까봐 너무 걱정이 된다”며 “햄버거병 진단을 받은 아이들 중 고혈압으로 약을 처방받은 아이들이 더 있다”고 했다.
이어 “아이가 3주간 입원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말하는 거며, 행동하는 게 쌍둥이 동생과 비교해 너무나도 달라져 버려 보고 있으면 속이 타들어 간다”고 하소연 했다.
C씨는 퇴원만 하면 끝날 줄 알았던 고통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두 아이가 장 출혈성 식중독과 햄버거병으로 치료를 받은 D씨도 아이들이 후유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D씨는 “아이들이 여전히 어지럼증과 복통, 코피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무엇보다 트라우마가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보름간 입원 후 집으로 온 5살 막내가 자면서 소변을 가리지 못하곤 한다. 입원했던 아이 중 다시 기저귀를 차는 아이가 여럿 된다”고 했다.
한편 학부모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학부모는 “원생 절반 정도가 식중독 증상을 보이고 16명이 햄버거병에 걸렸는데, 원인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고 미스터리로 묻히면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다시 이런 엄청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감시하고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