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 진상규명 가능할까… 경찰 “법률 검토 중”

입력 2020-07-12 15:56 수정 2020-07-12 20:18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함에 따라 그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에 대한 고소사건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진상규명 차원에서 별도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관련 법률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고소를 접수한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다각도로 법률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그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고소사건 자체는 수사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토록 한 검찰사건사무규칙 등에 따라 조만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되겠지만, 진상규명 차원의 조사는 가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결국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 있을 피해자의 의사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이춘재 사건’에 대해 경찰 조사가 이뤄진 점을 들면서 박 전 시장 사건 역시 조사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경찰은 두 사건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살아있어서 처벌할 수 없더라도 가해자를 상대로 한 조사가 가능했지만, 박 전 시장 사건은 피고소인이 숨지면서 피해자 주장만 남게 되는 셈이라 어느 정도까지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사건의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가 2차 가해에 노출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박원순의 성추행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억울하게 성추행 당하고 공소권 없음으로 진실 한 줄 밝히지 못하게 될 작은 여인이 있다”며 “억울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도록 꼭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시민은 “고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해당 건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고인에 대한 애도기간이라 말을 아끼고 있는 야당에서도 비슷한 목소리들이 조심스레 나오는 중이다. 미래통합당 권영세 의원은 페이스북에 “피해자 또는 박 전 시장 중 진정으로 억울한 한 편은 이렇게 사건이 미결상태로 남겨짐으로써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고, 사회 내 심각한 진영대립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객관적 진실규명을 할 실익이 있고, 이를 위한 계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야당은 박 전 시장 고소사건 처리방침과 진상규명 조사 필요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