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사흘 앞둔 이스타·제주항공…막판 극적 타결 여지 있나

입력 2020-07-13 06:00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선행조건 미이행 시 인수합병(M&A) 계약을 파기할 수 있겠다’며 제시한 마감일(15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막판 변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선행조건 이행에 1700억원이 들다 보니 M&A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이 직원 임금 반납을 추진하는 등 막판까지 미지급금 액수를 낮추는가 하면 정부가 적극 중재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제시한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데드라인’ 15일이 다가오면서 이스타항공은 미지급금 액수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작업에 분주하다. M&A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체불 임금(250억원 규모) 문제가 최우선 해결과제 중 하나다. 그간 사측에 날을 세워왔던 조종사 노조는 최근 고용 유지를 전제로 일부 임금을 반납하는 데 동의했다. 지난 10일엔 사측이 직원을 대상으로 2개월 치 임금 반납 의사를 물어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종사 노조 조합원을 제외한 직원 1270명 중 530여명이 설문조사에 응답했고 응답자 중 약 75%가 임금 반납에 찬성했다. 사측은 이주 초 체불 임금 반납 동의서를 직원들에게 돌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이스타항공은 협력사에 ‘일정 기간엔 아예 항공기를 운영하지 못했다’며 항공기 리스 비용을 줄여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또 국토부엔 공항시설 이용료 감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스타항공의 이런 작업은 미지급금 1700억원을 모두 해결하진 못하더라도 최대한 액수를 깎아 막판까지 제주항공에 인수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스타항공 측은 선행요건 중 하나인 태국 항공사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지 문제에 대해서도 “리스사가 계약 변경에 합의한 문건을 국토부가 인정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선행조건이 일부분 해결된다 해도 이를 제주항공이 받아들일 것인지는 미지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체불 임금 문제가 해소돼도 이스타항공의 전체 미지급금의 15%밖에 되지 않는다”며 선결 조건의 부분 이행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 내놓았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불법 증여 의혹도 제주항공엔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각에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대가로 정부로부터의 추가 지원을 바란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금이 하나도 없는 이스타항공이 애써 미지급금 규모를 줄이고 있는 건 바깥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M&A 성사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의미”며 “제주항공이 정부 추가 지원을 위해 일부러 외부에 M&A 무산 가능성을 내비쳤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이스타항공 노사를 만난 후 직원들의 체불 임금 반납 의지를 제주항공에 전달하는 등 뒤늦은 중재에 나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달 초 두 항공사 대표를 만나 M&A 성사를 촉구한 바 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