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대항마? ‘SF8’ 공개가 시기적절한 이유

입력 2020-07-12 15:52

대표적인 토종 OTT(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가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을 독점하던 ‘넷플릭스’의 아성을 무너뜨릴지 주목된다. 특히 지난 10일 SF옴니버스물 ‘SF8’를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도전장을 던졌다.

모바일의 발달로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OTT 시장의 경쟁력은 결국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시작된다. 국내외에서 넷플릭스가 단연 성공을 거둔 이유는 단순 콘텐츠를 매개하는 플랫폼을 뛰어넘어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반면 토종 OTT는 기존에 방영됐던 프로그램을 다시 보여주는 플랫폼에 지나지 않는다.

시청자는 넷플릭스로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웨이브 월간 이용자는 346만명(닐슨코리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OTT 사용률은 증가했지만 오히려 웨이브 사용자는 지난해 말보다 12.4% 줄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보다 약 2배 뛰었다. 지난 5월 동안을 비교해봐도 웨이브보다 약 2배 많은 637만명이 몰렸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쏟아지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고 이런 상황은 토종 OTT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초기 ‘킹덤’ 시즌2와 ‘인간수업’ ‘설국열차’ 등 파격적인 시리즈를 잇달아 선보였다.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마련됐고 TV방송보다 제재가 덜 미쳐 다양한 시도가 가능했다. 최근 몇 달간 ‘넷플릭스만 있으면 코로나19도 끄떡없다’는 말도 나왔다. 이런 상황은 오히려 독이 됐다.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단기간 빠르게 소비됐고 시청자는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넷플릭스도 이젠 지겹다’ ‘넷플릭스 드라마 다 봐서 뭐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다’ 같은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시청자가 다른 OTT에 눈을 돌리고 있는 지금이 토종 OTT에는 기회다.

웨이브는 지난 10일 공개한 ‘SF8’가 효자 노릇을 할지 주목된다. 한국판 SF 앤솔러지 시리즈를 표방하면서 가까운 미래를 배경을 그렸다. 각종 신기술로 완전한 사회를 꿈꾸는 인간의 이야기인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로봇, 게임 등 다양한 소재를 버무려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 작품은 DGK(한국영화감독조합)에 소속된 8명 감독이 만들었고 영화와 방송, OTT가 SF옴니버스로 만난 전례 없는 프로젝트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8인의 영화감독이 개별 에피소드를 연출하는 방식도 독특하지만 TV방영에 앞서 웨이브에서 독점 선공개하는 유통 방식도 파격적이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웨이브의 실험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들이 새로움을 즐길 수 있길 희망한다”며 “방송사, 독립제작사, 영화사, 엔터테인먼트사 등 다양한 콘텐츠 기업과 협력하면서 지속해서 좋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토종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플랫폼도 최소 5개를 만들기 위한 선제 조치다. 정부는 젊은 창작자와 1인 미디어 발굴 및 육성, 콘텐츠에 대한 투자지원 방침을 지난달 밝혔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문화콘텐츠 펀드도 조성할 계획인데 총 2301억원 규모에서 2024년까지 1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OTT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도 추진한다. 현재 영상물 세액공제는 영화·방송 콘텐츠에만 적용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