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관왕 ‘벌새’의 힘찬 날갯짓

입력 2020-07-12 11:25 수정 2020-07-12 11:27
영화 '벌새' 포스터. 엣나인필름 제공


지난해 독립영화계에 신드롬을 일으킨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가 북미와 일본 등 해외에서도 호평을 얻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배급사 엣나인필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일본에서 개봉한 벌새는 도쿄의 예술영화관 유로스페이스에서 연일 매진되며 상영관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최대 극장 체인 도호시네마가 지난 3일 세 곳의 상영관을 추가했고 이후 일본 내 30~40개 극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북미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 배급을 맡았던 웰고 USA를 통해 아트하우스 영화 배급사 키노 로버의 OTT 플랫폼인 키노 마키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이 폐쇄된 미국에서는 온라인 VOD 서비스가 주요 영화관람 채널이 됐다.

벌새의 흥행세가 심상치 않은 이유는 14살 은희를 통해 보편적인 공감대로 나아간 이 작품에 대한 해외의 반응이 뜨거워서다. 뉴욕타임스 수석 평론가 마놀라 다지스는 벌새를 ‘이번 주의 선택’으로 선정한 뒤 “삶이라는 것을 화면에 포착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보다 더 어려운 건 그것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인디와이어 수석 평론가 데이비드 에를리히도 “김보라 감독의 데뷔작은 이보다 더 강력한 버전이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감성 있고 숙성돼 있다”고 평가했다.

벌새는 최근 런던동아시아영화제 신인배우상, 워싱턴웨스트영화제 최우수 장편 감독상, 대종상 신인감독상, 백상예술대상 감독상과 조연상 등을 거머쥐며 세계 59관왕을 기록했다. 인디와이어 선정 ‘2020년 최고의 영화’, 메타크리틱 베스트 2020 영화 등에 선정되며 해외 일정을 소화 중인 김 감독은 “해외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자신 안에 있는 은희를 만나고 영화에 조응해주시는 것이 감동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