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 지난 대선서 민주당 이메일 유출에 관여
40개월형 선고받았으나 자유의 몸
“트럼프, 자신을 위해 거짓말한 사람 보호”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불법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승리를 도왔던 비선(秘線) 측근에게 감형 방식을 통해 사실상 사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는 미국 현대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의 측근을 위해 무리수를 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오는 11월 3일 치러질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로저 스톤,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스스로를 ‘선동가’ 묘사
백악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간) 감형을 발표한 인물은 로저 스톤이다. 스톤은 징역 40개월 형을 선고받고, 14일 수감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스톤은 이번 감형 결정으로 감옥가기 나흘 전에 자유의 몸이 됐다.
스톤은 1970년대부터 미국 공화당을 위한 정치 공작에 나섰던 인물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낙마한 리처드 닉슨을 존경하는 스톤은 등에 닉슨 얼굴을 문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톤은 스스로를 “선동가”라고 묘사한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스톤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40년 지기다.
스톤이 연루된 사건은 러시아 스캔들이다. 러시아 스캔들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대선 캠프가 당시 트럼프 후보의 승리를 돕기 위해 공모·내통했다는 의혹 사건이다.
스톤은 지난해 11월, 의회에 대한 위증 5건과 증인 매수, 의회 조사 방해 등 7개 혐의 전부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최대 50년 형까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스톤은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의 이메일을 폭로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와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정보 당국자들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이메일이 러시아 해커들이 빼낸 것으로 결론내렸다. 스톤이 유죄 판결을 받은 5건의 위증 혐의 중 하나가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그가 위키리크스와의 접촉 시도 여부에 대해 거짓 증언을 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자신을 위해 거짓말한다면 보호하겠다” 메시지
러시아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2106년 대선 승리의 정당성과 직결된 문제였다. 워싱턴포스트(WP)가 비선 측근이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 비판에도 불구하고 스톤을 풀어주기 애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2월 미국 검찰이 스톤에 대해 7~9년을 구형하자 “매우 끔찍하고 불공정하다”고 반발했다.
이에 법무부가 형량을 낮출 움직임을 보이자 담당 검사 4명이 전원 사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결국 형량을 낮췄고, 지난 2월 20일 스톤은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1100명이 넘는 법무부 전직 관리들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스톤에 대한 감형은 정의와 법치에 대한 엄청난 타격”이라며 “이런 행동을 통해 트럼프는 ‘당신이 나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나를 위해 은폐하고 나를 위해 (사법을) 방해할 경우, 나는 당신을 보호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감형 결정 타이밍도 논란을 가열시키는 대목이다. 백악관은 그러나 10일 금요일 밤에 스톤의 감형을 전격 발표했다. 미국인들의 뉴스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시점을 골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스톤은 마녀사냥 표적”…“트럼프, 가장 부패한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로저 스톤은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됐을 불법적인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다”면서 “범죄자들은 바이든과 오바마를 포함해 우리 선거운동을 염탐했던 상대편이다. 그리고 발각됐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대부분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공화당 내의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인사인 밋 롬니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전대미문의 역사적 부패: 미국 대통령이 바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배심원의 유죄 평결을 받은 사람의 형을 감형하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는 미국 현대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이라며 “그가 매일 대통령직을 유지할수록 그는 더욱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의 특권 남용을 제한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원장은 “대통령이 범죄 혐의 기소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은폐작업에 연루된 개인에 대해선 사면이나 감형을 금지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