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전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가 9일(현지시간) “미국 사회에 만연한 정치 분열이 코로나19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된 바이러스 대책은 내놓지 않고 앞장서 정치 갈등을 조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직언으로 읽힌다.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인 파우치는 이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주최한 온라인 행사에서 연일 악화되고 있는 미국내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미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분열되지 않았다면 더 조직적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파주의가 없었다면 우리는 좀더 조정된 접근법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통일되지 않은 정책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파우치 소장의 발언은 경제정상화 등 미국을 최대한 빨리 본래 모습으로 되돌리려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이날 6만5000명을 넘기며 또 최다치를 갱신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미국인 6만5551명이 바이러스에 새로 감염됐다. 미국내 새로운 코로나19 진앙지로 떠오른 캘리포니아·플로리다·텍사스주에서는 일일 신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일제히 최다치를 갱신했다. 텍사스주 휴스턴의 실베스터 터너 시장은 “우리 도시와 텍사스주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통제불능 상태”라고 토로했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에 대해 “바이러스가 변이되면서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며 “한 마디로 퍼펙트 스톰이며, 의료 종사자에게는 가장 끔찍한 악몽”이라고 평가했다. 퍼펙트 스톰은 크고 작은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조성된 대규모 위기 상황을 의미한다. 그는 “일부 주가 너무 빨리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보건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며 “마스크 착용, 모임 통제 등 간단한 공중보건 조치만으로도 코로나19 신규 환자 발생 곡선이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장담한다”고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시리우스XM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미국내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들이닥쳤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1차 유행의 늪에 무릎까지 잠겨있다”며 “우리 그곳에서 결코 벗어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