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塟)으로 치러지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사망 직전 불거진 성추행 혐의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돼 반나절 만에 무려 6만3000명(오후 2시 기준)에 육박하는 동의를 받았다. 동의 인원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청원자는 “박원순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어 “성추행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사상 처음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간 치러진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해 일반 시민의 조문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트위터 등 SNS에도 박원순 시장 장례 방식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 국가가 나서서 피고인의 시민장을 치르는 건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박원순 시장의 공로와 업적은 그와 별개로 기려져야 하고 추모하고 싶은 이들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죄를 이대로 덮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서울특별시장? 시민장? 수사 종결은 무죄 판결이 아니다. 혐의가 있는,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밝혀지지도 못한 자에게 시민장을 치른다니. 내가 서울시민이다. 누구 마음대로”라고 일갈했다.
앞서 박원순 시장의 비서로 근무했던 여성 A씨는 8일 성추행 혐의로 박원순 시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박원순 시장은 9일 오전 공관을 떠나 실종된 지 13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0시1분쯤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으며, 본인 이외에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이 근무 중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았고, 퇴근 후에는 수시로 텔레그램으로 음란한 사진과 문자를 보내며 A씨의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경찰은 그러나 박원순 시장이 숨지게 된 정확한 경위를 밝히고자 사망 전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동선 등 행적에 미심쩍은 부분이 없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시신 부검 여부도 유족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