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까맣게 그을린 환자들이…” 고흥 화재 긴박했던 순간

입력 2020-07-10 10:54 수정 2020-07-10 11:19
10일 오전 전남 고흥군 고흥읍 윤호21병원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폭우가 쏟아지는 옥상으로 대피한 환자를 사다리차로 구조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 독자제공, 연합뉴스

전남 고흥군의 한 중형 병원에서 불이 나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0일 전남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34분쯤 고흥군 고흥읍 윤호21병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불로 2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이 가운데 중상자가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화재진화 차량 등 장비 60여대와 14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전을 벌였다. 불은 2시간30여분만인 오전 6시1분쯤 진화됐다.

10일 오전 전남 고흥군 고흥읍 한 병원 1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응급실에 진입해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불로 2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쳐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당국은 병원 안에 사람이 남아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인명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또 1층에서 불이 시작돼 연기가 확산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10일 오전 전남 고흥군의 한 병원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는 등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119 소방대가 사다리차로 병원 내 환자 등을 구조하는 모습. 독자제공, 연합뉴스

10일 오전 전남 고흥군 고흥읍 윤호21병원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옥상으로 대피한 환자를 사다리차로 구조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 독자 제공, 연합뉴스

새벽 화재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뉴시스에 따르면 환자복 차림의 사람들은 얼굴이 새카맣게 그을린 채 병원에서 황급히 빠져나왔다고 인근 주민이 증언했다.

1층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옥상으로 대피했다. 깨진 유리창 틈으로 뿜어져 나오는 시꺼먼 연기를 피해 옥상 구석으로 모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살려달라’ ‘여기 사람이 있다’ 등의 외침이 옥상에서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대원은 사다리차를 이용해 옥상으로 대피한 사람들을 구조했다. 사다리차를 타고 한 명씩 내려온 환자들의 얼굴과 상반신은 까맣게 그을렸고 피를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주민은 전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한 간호사는 3층 병동에서 환자를 업고 옥상을 향해 계단을 오르다가 소방대 도움을 받아 건물 외벽 비상 사다리를 타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10일 오전 전남 고흥군 고흥읍 한 병원 1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응급실에 진입해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불로 2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해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뉴시스

병원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환자들은 병원 옆 택시회사 차고지에 마련된 간이 응급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았다. 택시회사 주차장은 환자들과 의료진, 구급대원으로 가득 찼다. 인근 주민은 당시 상황이 아비규환이었다고 말했다.

구급대원은 부상 정도에 따라 환자를 구급차에 태워 순천, 보성 등의 가까운 병원으로 분산 이동했다.

병원 내부와 응급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검게 탔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응급실에서 소방대원들은 내부 수색작업을 벌였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병원 안에 사람이 남아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명 수색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인명 검색을 마치는 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0일 오전 전남 고흥군 고흥읍 윤호21병원 화재 현장 인근 택시회사 주차장에 간이 응급진료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유승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