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고발 韓검사 역할” 박원순 시장 사망 日 ‘뜨거운 관심’

입력 2020-07-10 10:06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서울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일본 언론에서도 이를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새벽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차기 대선 주자 물망에 올라 있던 박 시장이 서울 시내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긴급뉴스로 전했다.

교도통신은 “박 시장이 전날 오전 관저를 나선 뒤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늦은 오후 박 시장의 딸이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고 경찰에 신고했다”며 실종과 수색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또 박 시장이 전 여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상태라는 점도 언급했다.

교도통신은 박 시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유력 정치인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교도통신은 박 시장이 “지난 5월 여론조사에서 60.5% 지지율을 얻는 등 서울 시정이 비교적 안정돼 있었다”면서 “박 시장의 사망으로 범여권에서 동요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10일 새벽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성북구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경찰이 박 시장의 시신을 수습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교도통신은 박 시장이 과거 일본 정부와 위안부 문제로 대립각을 세웠던 일화도 소개했다.

교도통신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창립에 참여해 부패 정치인 낙선 운동을 벌이며 ‘행동파 변호사’로 불리기도 한 박 시장은 옛 일본군 종군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관되게 일본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고 설명했다.

또 “2000년에는 일본과 아시아의 시민단체(NGO)들이 도쿄에서 옛 일본군의 성폭력을 주제로 개최한 ‘여성 국제 전범 법정’에서 한국 측의 검사역으로 참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소식을 전하는 NHK. 웹사이트 캡처

일본 공영방송 NHK도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NHK는 박 시장이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3기째 임기를 소화하고 있었다”며 “인구 1000만 수도 행정을 이끌던 진보진영의 리더가 갑자기 사망해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고 한국 상황을 알렸다.

이어 NHK는 박 시장이 “2017년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소녀상을 좌석에 설치한 노선버스에 승차하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면서 “진보 진영 일각에선 2022년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됐다”고 평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소식을 전하는 요미우리신문. 웹사이트 캡처

일본의 신문 매체들도 일제히 이날 새벽에 확인된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을 온라인으로 비중 있게 다뤘다.

요미우리신문은 박 시장이 딸에게 유언 같은 말을 남긴 뒤 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제목으로 박 시장 사망 소식을 웹사이트의 주요 뉴스로 올렸다.

마이니치, 아사히, 니혼게이자이 등 다른 주요 일간 매체도 헤드라인 섹션에 박 시장 사망 뉴스를 배치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박 시장은 이날 새벽 서울 북악산 삼청각 인근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오후 그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를 남기고 종적을 감췄다는 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색에 들어간 뒤 7시간 만에 시신을 찾았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