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갑작스레 연락이 두절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아버지가 유언 같은 이상한 말을 하고 나갔다”는 박 시장 딸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수색에 나선 지 약 7시간 만이다. 경찰은 박 시장의 사인 및 사망 경위를 조사하는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수색팀은 10일 오전 0시1분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숙정문 인근에서 숨져있는 박 시장을 발견했다. 시신 발견 장소는 박 시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직선거리로 1.2㎞ 가량 떨어진 곳이다.
현장에서는 박 시장의 가방과 휴대전화 등 소지품이 발견됐다. 가방에는 명함과 물통, 필기도구 등이 들어있었지만, 박 시장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앞서 종로구 가회동 시장 공관에서 유서가 발견됐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경찰은 “공관에서 경찰이 확인한 유서는 없다”고 전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새벽 2시 사건 현장 인근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사안은 수사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타살 혐의점이 없다”며 “향후 변사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심도깊은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시장이 택시를 이용해 와룡공원까지 이동한 뒤 도보로 현장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동선 파악을 위해 CCTV 분석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시장의 실종이 처음 접수된 건 전날 오후 5시17분쯤이다. 박 시장 딸이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이상한 말을 하고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즉각 경찰 병력 630여명과 드론 6대, 경찰견 9두 등을 투입해 공관 주변과 길상사 인근, 박 시장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된 와룡공원 일대 등을 샅샅이 수색했다. 경찰로부터 요청을 받은 소방당국 역시 130여명의 구조인력과 펌프차량 등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도왔다.
전날 박 시장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것은 오전 10시53분쯤이었다. 종로구 가회동 공관에서 멀지 않은 와룡공원을 지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그보다 9분 전인 10시44분에는 박 시장이 공관을 나서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박 시장이 공관을 나서기 직전인 10시40분에는 서울시청에서 출입기자들에게 ‘박 시장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공지 메시지를 보냈었다.
한편 서울경찰청에는 지난 8일 박 시장을 가해자로 지목한 성추행 사건이 접수됐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참고인을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시장이 이날 새벽 숨진 채로 발견됨에 따라 관련 경찰 수사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강보현 정현수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