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수사본부는 누구 제안?… 윤석열 최종입장 미스터리

입력 2020-07-09 18:24 수정 2020-07-09 18:30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사태가 9일 종결됐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의 ‘독립수사본부 건의’가 이뤄지기까지의 경과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독립수사본부를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이끌게 하는 방안을 어느 쪽이 먼저 제안했는지, 이 같은 건의를 양측이 사실상 최종 협의로 인식했는지, 언론에 윤 총장 건의 내용을 공개하자고 제안한 쪽이 어디인지 등은 여전히 양 기관의 말이 엇갈린다. 거짓을 가려내야 할 양 기관이 진실게임을 벌이는 양상이 한탄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 측과 대검찰청 측은 지난 6일부터 실무진의 ‘물밑 협상’을 시작했다. 윤 총장이 지난 3일에 열린 전국 고검장·검사장 간담회 내용을 보고받고, 전직 검찰총장 등 원로들의 자문을 얻으며 숙고에 들어간 날이다. 대검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국의 간부가 먼저 추 장관의 지휘권과 관련해 협의를 제안해 왔다고 한다. 윤 총장이 “법무부 요청에 따라 의견을 조율해 보라”고 지시하면서 대검은 7일쯤 윤 총장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지만 협의에 임했다고 한다.

말이 엇갈리는 부분은 지난 8일 윤 총장 건의의 요체였던 ‘독립수사본부’를 양측 중 어디서 먼저 제안했느냐는 대목이다. 대검은 법무부가 먼저라고 한다. 추 장관이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명분과 필요성이 없고 장관에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한 만큼 기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 수사팀을 포함하는 ‘절충형 수사팀’ 방안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9일 입장문을 내고 “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고 했다.

실무진 협의 과정에서의 핵심 쟁점은 ‘검·언 유착’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을 지휘할 지휘권 행사할 인물을 뽑는 것이었다고 한다. 양측 협의 과정에서는 고검장 등 다양한 인물이 거론됐다. 이 시기 검찰 안팎에서는 ‘독립적 수사팀을 이끌 고위 간부’라며 검사장 2~3명의 이름이 언급됐었다.

윤 총장의 건의에서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표현된 김영대 서울고검장을 추천한 주체에 대해서도 양측은 다른 말을 한다. 대검은 “법무부 측이 김영대 서울고검장을 추천하면서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애초 건의문 초안에 ‘법무부와 협의하여’라는 표현도 담겼었다고 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대검 측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고 했다.

지난 8일 오후 6시20분쯤 윤 총장의 입장이 언론에 전달된 과정도 미스터리로 남았다. 대검은 법무부가 먼저 “대검이 공식적인 건의를 해줬으면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데드라인’ 이내에 건의를 하면 법무부 측이 수용하는 식으로 조율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대검은 회의를 열고 문구를 고치길 반복하며 건의문을 적어 보낸 뒤 언론에 공개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 건의 1시간30분 만인 오후 7시50분쯤 “총장이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대검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법무부는 9일 입장문에서 “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대검 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도 했다. 논의 자체가 실무진 선에서 이뤄진 것일 뿐 추 장관은 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대검을 중심으로 검찰 내부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 간부가 추 장관과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이 같은 협상을 추진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웃지 못할 촌극”이라고 평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실무자끼리 이런저런 얘기가 오고간 것일 뿐”이라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