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내년도 최저임금 1차 수정안으로 각각 시급 9430원과 8500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경영계가 ‘삭감안’을 철회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협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6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갔다. 이날 노사는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 요구에 따라 1차 수정안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9.8% 오른 9430원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1% 삭감한 8500원을 수정안으로 제출했다. 금액으로 보면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과 비교해 570원 양보했고, 경영계는 90원을 좁힌 셈이다. 앞서 노동계는 올해(8590원)보다 16.4% 오른 1만원을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었고, 경영계는 4.2% 삭감한 8410원을 요구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최저임금 삭감 수정안에 강력히 반발하며 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영계가 수정안에서도 삭감안을 제시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더 협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기한은 8월 5일까지다. 갖가지 행정절차를 고려하면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심의를 끝내야 한다. 그러나 양측이 6차 회의까지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고시 기한마저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사용자위원이 제출한 삭감안이 위원회에서 계속 용인되는 것을 우려한다”며 “삭감안을 철회하고 수정안을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과 사회안전망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라며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를 외면하고 사회 안전망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야당 국회의원들까지 나와 노동계가 주장하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저지하는 데 힘을 쏟았다. 전원회의가 열리기 1시간 전 미래통합당의 추경호·최승재·정희용 의원은 최 위원장을 만나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추 의원은 기자와 만나 “최저임금을 동결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코로나19 위기 상황에는 동결이라는 용단을 내려 고통을 분담하고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경영계가 제시한 삭감안에 대해서는 “임금 인하까지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