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보유자 0.03%뿐… “집단면역 불가능, 백신 개발돼야”

입력 2020-07-09 17:52 수정 2020-07-09 18:09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국민 면역도와 무증상 감염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첫 항체조사 결과 우리 국민 중 0.03%만이 바이러스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중화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면역도가 낮은 만큼 2차 유행에 더 취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결국 백신·치료제 개발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잔여 혈청 1555명분과 서울 서남권 5개 자치구의 의료기관 내원환자 1500명에 대한 항체가(혈청 중에 포함되어 있는 항체의 양)를 조사한 결과, 1555명은 모두 음성이었고 1500명 중 1명이 양성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중화항체 형성율로 따져보면 0.03%인 셈이다.

이는 해외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다른 국가의 항체 형성률을 보면 스페인이 5%, 영국 런던 17%, 스웨덴 스톡홀름 7.3%, 일본 도쿄 0.1%였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역사회의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이 극히 낮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정되고 결국 집단면역을 통한 대응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완료돼 지역사회가 충분한 방어 수준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지금까지 지속돼 온 생활방역 수칙 준수로 유행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항체검사를 하면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감염자’가 더 많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 인구 대비 이날까지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1만3293명) 비율은 중화항체 형성율과 비슷했다. 권 원장은 “현재 전국적으로 산발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확진자 규모와 실제 감염규모가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며 “신속한 확진과 국민들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한 것이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국내는 해외만큼 대규모 전파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노출력이 적은 만큼 앞으로 관리가 잘못될 경우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환자가 적은 지역이 대부분이므로 항체형성율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추가적으로 진행될 조사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이번 조사는 국내에서 이뤄진 첫 항체조사지만 방역당국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아직은 표본 수가 적어 이번 결과만으로 전체 감염규모를 추계하기는 어렵고, 국내 발생의 62.6%를 차지하고 있는 대구·경북 조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번에 조사한 검체도 경북은 70건에 불과했고 대구는 0건이었다.

질본은 오는 12월까지 검체 7000건을 수집해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코로나19 집단발생 지역인 대구·경북에서는 건강검진과 연계해 3000여건 규모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1936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