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비자림로 공사 ‘강행’…과태료 망신

입력 2020-07-09 17:49 수정 2020-07-10 12:24
삼나무 벌채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제주 비자림로 공사 현장 전경. 제주경제신문 제공

환경 훼손 논란이 있는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와 관련해 제주도가 환경청과 후속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재개했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

제주도가 환경 파괴 논란으로 공사를 중단했다가 재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이 중 두 번은 환경청과 협의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의 독단적 결정으로 이뤄졌다.

영산강환경유역청(환경청)은 지난달 22일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으로 제주도에 과태료 500만원 처분을 예고하는 공문을 시달했다.

한 달여 앞선 지난 5월 27일 제주도가 환경청과 사전 논의 없이 작업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환경청은 다음날 즉각 제주도에 공사 중지를 요청하고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 처분을 예고했다.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시 대천~송당 구간 지방도로를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다. 2018년 착공 후 환경 훼손 논란으로 3일 만에 중단됐다. 2019년 3월 제주도는 다시 공사를 시작했으나 환경청과 환경 훼손 저감 논의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개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공사 대상지에서 팔색조와 애기뿔소똥구리 서식이 확인되면서 환경청의 요청으로 공사는 두 달 만에 다시 중단됐다.

이어 제주도가 지난 5월 1년 만에 현장에서 벌목을 진행하자 환경청이 공사중지 요청과 함께 과태료 처분을 고지했다.

환경청은 비자림로와 같이 보호종이 서식하고 산림 훼손 우려가 있는 경우 공사시행자가 환경청과 충분히 협의한 후 협의 내용을 공사계획에 반영해 사전 공지 후 공사를 재개해야 하는데도 보완책 수립계획만 제출한 뒤 일방적으로 공사를 재개해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은 사업시행자는 승인청(환경청)과 계획 변경 협의를 마치기 전에 공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 법은 착공, 준공, 3개월 이상의 공사 중지 또는 3개월 이상 공사를 중지한 후 재개할 때도 환경부와 환경청에 사전 공지를 하도록 돼 있다.

반면 제주도는 환경청이 제시한 저감대책을 충분히 반영해 설계 변경에 들어갔고 이날 작업은 애기뿔소똥구리 보호 차단막 설치를 위한 별도의 작업으로 벌채를 했던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과태료 부과에 대한 의견서를 환경청에 제출했다.

앞서 지난 5월 22일 환경청은 제주도가 제출한 환경 훼손 저감 계획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보고 로드킬(동물 교통사고) 최소화를 위한 중앙분리대 폭 추가 축소, 차량 속도 시속 60㎞ 미만 제한 방안 재검토 등을 추가 보완의견으로 제시한 바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8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제주도의 이번 불법 공사 재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4월 제주도의회 답변에서 ‘5월 내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이뤄진 것”이라며 원 지사 책임론을 거론했다.

9일에는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이 보도자료를 통해 비자림로 공사 무단 재개로 인해 과태료를 물게 된 데 대해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비자림로 확장공사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763명의 이름으로 비자림로 도로건설 공사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