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숙현 선수가 생전 가해자 4명을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일부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가해혐의자 중 선배 김모씨가 폭행 혐의를 인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조사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로 인해 수사 양상이 바뀔 수 있다고 예상한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금일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해당 사건 수사상황 일부를 공개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개 범위와 일정 등에 관한 질문에 “자세한 사항은 추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건 관련해 수사기관이 수사 진행 상황을 밝히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까지 김규봉 감독과 선배 장모씨, 소위 ‘팀닥터’ 안모씨와의 관계 등이 베일에 가려있는 터라 수사상황이 공개되면 이 같은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경찰은 아직 관련 건에 대해 공개 여부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최씨가 4명을 고소한 사건의 경우 검찰에 모든 기록을 넘겼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는 건 검찰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북지방청 광수대가 새로 착수한 추가 피해자 수사 관련해서도 “아직 증거를 수집하는 단계고 수사에 더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 공개여부를 논의하기는 이르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 5월 29일 최씨의 사건을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한 바 있다.
가해혐의자 중 하나인 김씨가 태도를 바꾼 것도 사건 수사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김씨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김 감독과 장씨의 폭행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게임이론 중 ‘죄수의 딜레마’에 해당하는 상황”이라면서 “오랫동안 피의자들이 쌓아놨던 알리바이가 무너지는 시작점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죄수의 딜레마란 개인적인 욕심으로 각자가 결속을 깨뜨리고 서로에게 불리한 상황을 선택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일선 경찰 출신인 정세종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이 혐의자 4명을 특수폭행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면 그중 하나인 김씨의 진술은 법정 등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4명의 폭행이 개별적이었다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봤다고 진술한 이상 증거로 활용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면서 “혐의자들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라고 봤다.
한편 최씨의 피해를 목격한 동료 선수 2명은 이날 참고인 겸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했다. 대리인인 박지훈 변호사는 두 선수와 함께 이날 서울서부지검 청사에 도착해 기자단에 “최숙현 선수가 입은 피해의 목격자로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며 “오늘 고소한 건과 관련해서도 고소인 진술이 있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김 감독과 안씨, 선배 장씨와 김씨 4명을 폭행 등의 혐의로 대구지검에 고발했다.
조효석 송경모 기자, 경주=안창한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