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복잡한 청년들 “오르면 좋지만 잘릴까 두렵다”

입력 2020-07-09 17:00 수정 2020-07-09 17:49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싸고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삭감을 주장하는 경영계가 대립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됐던 갈등이지만 올해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아르바이트 직원과 자영업자 등은 이를 더욱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9일 서울에서 만난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를 기대와 걱정 속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만큼 근로시간 단축이나 해고를 강요받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모(29)씨는 오전엔 카페에서 일하고 오후엔 학원으로 출근해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씨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싸는 “알바라고 해서 무조건 최저임금이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 것”이라며 “현재 주휴수당까지 더하면 시급을 1만원 정도 받는데 더 오르면 알바 자리가 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직원 최모(25)씨도 같은 걱정을 했다. 최씨는 “삭감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1만원까지 오르면 너무 좋지만 경험상 그 돈을 다 챙겨줄 사장은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이미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는데 인상이 되면 잘릴까봐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알바 구직 사이트를 보면 주휴수당을 안 주려고 시간을 쪼개 여러 명을 고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차라리 주휴수당을 없애고 최저시급만 올리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폐업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4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조모(30)씨는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직원 3명의 근로시간을 주 10시간으로 줄였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절반으로 감소해 주휴수당을 지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조씨는 “1년 넘게 같이 일하며 친해진 알바생들이라 쉽게 자르기 어려워 내린 선택”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조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면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씨는 “일주일 내내 매일 오전 7시부터 12시간씩 일한다”며 “주 80시간씩 일하고도 임대료, 인건비 등을 내면 매달 100만원 벌기도 빠듯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직장인들을 생각하면 오르는 게 좋겠지만 자영업자들은 이미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산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전모(62)씨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된 3월부터 이미 혼자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직원을 두 명 뒀지만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지금은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1만원이든 2만원이든 직원 쓸 매출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일산 로데오타운에 점주 혼자 남은 나홀로업체들이 수두룩하다”고 덧붙였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