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故 최숙현 사건 수사 일부 공개한다

입력 2020-07-09 16:10 수정 2020-07-09 17:05
소속팀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검찰이 팀 내 가혹행위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고(故) 최숙현 선수 관련해 고인이 생전 가해자 4명을 고소한 사건 수사 상황을 일부 공개하기로 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 중인) 최씨 사건 관련해 공개심의위원회를 금일 개최했다”면서 “일부 공개하기로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개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묻자 “자세한 사항은 근 시일 내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김규봉 감독과 선배 장모씨, 소위 ‘팀닥터’ 안모씨와의 관계 등이 베일에 가려있는 터라 수사상황이 공개되면 이 같은 의혹이 상당부분 해소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경찰은 아직 관련 건에 대해 공개 여부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최씨가 4명을 고소한 사건의 경우 검찰에 모든 기록을 넘겼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는 건 검찰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북지방청 광수대가 새로 착수한 추가 피해자 수사 관련해서도 “아직 증거를 수집하는 단계고 수사에 더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 공개여부를 논의하기는 이르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 5월 29일 최씨의 사건을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한 바 있다.

한편 최씨가 생전 고소한 4명 중 선배 김모씨는 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최씨를 폭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다른 가해자인 김 감독과 선배 장씨의 가해 사실도 목격했다고 털어놨다. 그간 폭행 사실이 없다고 입을 맞춰온 김 감독과 장씨, 김씨의 증언에 균열이 생기면서 사건 수사가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김씨의 태도 변화가 사건 수사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게임이론 중 ‘죄수의 딜레마’에 해당하는 상황”이라면서 “오랫동안 피의자들이 쌓아놨던 알리바이가 무너지는 시작점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죄수의 딜레마란 개인적인 욕심으로 각자가 결속을 깨뜨리고 서로에게 불리한 상황을 선택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교수는 “피의자들이 수사를 오랜 기간 받으면서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높다. 최씨와의 SNS 대화, 가족과의 대화를 반대증거로 내놓는 것들이 일례”라면서 “사건이 벌어진 뒤 굉장히 오랜 시간이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자신들을 방어할 시간 역시 충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튼튼했던 피의자들의 방어벽이 깨질 수 있었던 건 국민적 관심,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언급할 정도로 권력기관이 여론을 등에 업고 칼을 들이댔기 때문”이라고 봤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