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허위보고 김기춘, 2심도 집행유예

입력 2020-07-09 16:06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방식과 시각을 사후 조작해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의 행동에 대해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는 9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머무르며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고 탑승자 구조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피고인은 국회에 낸 서면 답변서에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해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했다는 취지로 기재했다”고 밝혔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비난받는 상황을 피하려고 김 전 실장이 국회에 허위 답변을 제출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청와대가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기만한 것은 크게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1심 양형은 적절해 보인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함께 기소된 김장수 전 실장과 김관진 전 실장은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혐의가 증명되지는 못했다는 판단이다. 앞서 김장수 전 실장은 김기춘 전 실장처럼 대통령에 대한 첫 유선보고 시각 등을 사실과 달리 적어 국회에 제출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김관진 전 실장은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는 내용의 대통령 훈령을 무단으로 변경한 혐의(공용서류손상)로 각각 기소됐었다.

과거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을 놓고 “오전 10시쯤 대통령이 서면 보고서를 받았고 10시15분쯤에는 총력 구조를 지시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추후 검찰 수사 결과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 관저에 서면 보고서가 도달한 시각은 오전 10시19~20분쯤이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