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씨앗’ 된 KTX 세종역, 충청권 철도전쟁 재점화되나

입력 2020-07-09 14:54 수정 2020-07-09 14:56
이춘희 세종시장이 9일 오전 브리핑을 갖고 KTX 세종역 및 ITX의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시 제공

세종시가 9일 KTX 세종역 신설에 경제성이 있다고 발표함에 따라 오송역이 위치한 충북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잠시 일단락됐던 세종역 신설 관련 논란에 다시 불이 붙으며 ‘충청권 철도전쟁’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이 사업에 경제성이 충분치 않다며 사업 추진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9일 오전 세종역 및 ITX에 대한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세종역과 ITX는 행정수도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용역은 지난해 5월 시가 아주대에 의뢰해 진행됐다. 그 결과 세종역의 비용대비편익(B/C)은 0.86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용역을 실시했을 때 도출됐던 0.59보다 0.27 증가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B/C가 1이상일 경우 사업에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B/C가 상승한 것은 향후 세종 지역의 인구 증가, 통행량 상승에 따라 국가교통수요예측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또 대전역·서대전역을 이용하기 어려운 대전 서북부 지역 주민들의 수요도 반영됐다고 했다.

사업비는 철도공단 용역에서 도출된 1321억원보다 104억원 많은 1425억원으로 추산됐다.

역사의 위치는 금남면 발산리 일대가 최적지로 꼽혔다. 해당 지역은 오송역과 공주역에서 각각 22㎞ 떨어진 중간지역이다. 역사는 교량 위에 건설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시는 세종역 설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예비타당성 조사 등 후속절차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ITX 세종역의 경우 0.83의 B/C를 기록했다. 시는 이 수치가 인구밀도가 낮은 비수도권 철도 사업이라는 점, 지역균형발전 효과 등에 비춰보면 충분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약 8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노선을 충북선과 연결하면 청주공항까지 25분이면 도착이 가능하다고 시는 내다봤다.

세종시는 이들 사업이 충청권 광역철도망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역 간 단순한 이해 관계를 넘어 거시적인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세종시와 충북도의 입장은 다소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충청권 광역철도망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라는 큰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지역 간 이견이 있다면 국토부가 조정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종역은 오송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오송역과 함께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남일석 충북도 균형건설국장이 9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KTX 세종역 신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충북도 제공

하지만 충북도와 시민사회단체는 세종역 신설이 오송역의 위상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고속철인 KTX를 ‘저속철’로 전락시키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세종역이 신설되면 오송역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오송역과 공주역 구간은 44㎞로 불과 14분 거리다. 이 구간 사이에 세종역이 들어서면 공주역~세종역, 세종역~오송역의 거리는 각 22㎞로 반분된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표한 고속철도 적정 역 간 거리인 57㎞의 절반이 되지 않는 거리다.

이 때문에 세종역이 신설되면 세종시 관문역인 오송역·공주역의 역할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도는 강조했다.

남일석 충북도 균형건설국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세종시가 구상하고 있는 세종역은 자체 용역 결과이고, 최소 안전기준인 대피선도 확보되지 않아 설치사례도 없는 비현실적인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남 국장은 또 “운행 중인 고속철도 선상에서 정차하는 비정상적인 역사는 안정성 문제로 설치가 불가하다는 게 국토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현재 정부 차원에서 재추진 움직임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송역은 세종시의 관문역 역할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고 있다”며 “접근성 등을 보완해 이용 편리성을 높이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두영 KTX 세종역 백지화 충북비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도 “용역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정부도 이를 반영하거나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 논리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며 “이미 오송역이 세종시 관문 역으로 설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역시 경제성이 충분치 않다며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2017년 사전 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검토돼 현재로서는 역 신설 추진이 불가하다”며 “특히 KTX 세종역은 고속철도 수요, 정거장 안전 등 운영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접 역의 수요 감소 등 지역 갈등도 예상돼 깊이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시 KTX 및 ITX 노선도. 세종시 제공

세종·청주=전희진 홍성헌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