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인 미이케 탄광이 최근 내린 폭우로 무너졌다고 아사히신문이 9일 보도했다. 미이케 탄광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 유산 23곳 중 하나다.
신문에 따르면 후쿠오카현과 구마모토현에 걸쳐 있는 약 5㎞의 미이케 탄광 철도 부지 가운데 15곳이 붕괴돼 침목과 잔해 등이 토사에 파묻혔다. 피해가 큰 곳은 경사면이 50m 이상 무너져 내렸다.
후쿠오카현 오무타시 관계자는 “아직 복구 계획은 세우지 못했다”며 “10일 이후에도 비가 계속 내려 붕괴 장소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이케 탄광은 최근 시간당 10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일본 남쪽 규슈 지역에 속해 있다.
미이케 탄광은 일본의 3대 재벌로 꼽히는 미쓰이그룹이 운영했던 탄광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일제강점기 미이케 탄광의 석탄 생산량은 일본 전체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당시 미이케 탄광과 미이케항에 조선인 9200여명이 강제동원돼 일하다 32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6년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항쟁기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미쓰이그룹은 한반도와 일본 각지에서 219개의 작업장을 운영하며 조선인과 중국인 등을 강제노역에 동원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7월 미이케 탄광과 군함도 등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 7곳을 비롯해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 23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당시 일본은 정보센터를 설치해 강제징용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달 15일 일반에 공개된 도쿄도 내 정보센터에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설명은 없고 메이지 시대 산업화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전시물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