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입장문 유출 논란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검언유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가 되는 글은 최민희 전 의원의 페이스북 등 온라인 상에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언론의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중앙일보 기자가 아침에 ‘대표님, SNS에서 봤다는 법무부 알림은 법무부 직원 글입니까’라는 내용으로 자신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표는 “문자를 보면 의도가 너무 드러나 가련하고 애잔할 뿐이다. 어떻게든 법무부와 사전 내통한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야 이해하지만 기사는 너무 악의적”이라며 “‘검언유착’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걸 실감한다”고 적었다.
최 대표는 이어 자신에게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젯밤 예측한 정치검사들의 언론공작 방향이나 모습에서 어쩜 저렇게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지 놀랍다”며 “제목들이 참 가관이다. 법무부를 들여다본더니 ‘국정농단’이란 단어까지. ‘메시지에 자신이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정치적 꼼수의 변종이다”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추 장관 입장문을 미리 올린 경위를 자세하게 밝혔다. 그는 “강연하고 식사하느라 밤 10시에 가까워서야 처음 페이스북에서 해당 글을 발견했다. 다른 분의 글에서도 같은 글을 본 뒤 법무부 입장으로 착각하여 뒤늦게 올렸다”며 “관련 글은 전날 저녁 7시56분쯤부터 최민희 전 의원 페이스북에 올라가기 시작했고, 언론 기사도 있었다. 최 전 의원의 글을 발견하고 제목만 [법무부 알림]으로 다른 알림처럼 축약한 뒤 마지막으로 제 의견을 짧게 달았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가 해당 글을 삭제한 이유는 지인의 연락이었다. 그는 “글을 올리고 약 20분쯤 지난 밤 10시16분쯤 지인이 ‘그건 법무부 공식 입장이 아닐 것’이라는 연락을 줬다. 이 연락을 받고 글을 삭제한 뒤 악의적으로 이용될 걸 우려하여 <정정>이라는 제목으로 송구하다는 말씀까지 드렸다”며 “그런데 굳이 제가 30여분 후 무슨 물의가 일자 황급히 내린 것처럼 쓴 이유가 뭔가”라고 반문했다.
최 대표는 이어 “법무부와 사전 교감하며 공작을 하려면 최소한 제가 제일 먼저 글을 올리고 그 글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효과가 나지 않겠나”라며 “20분 만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글을 내린 건가. 아니면 황급히 글을 내려야 할만큼 어마어마한 허위사실을 제가 유포했던 건가. 도대체 최소한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이번 비판을 ‘검언유착’의 전형으로 봤다. 그는 “이번에 검찰과 언론이 시도하는 공작적 기사는 제가 비록 수구언론이 사랑하는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그냥 수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 더는 이런 더러운 짓 하지 말자. 서로 바쁜 사람들 아닌가”라고 적었다. 그는 관련 기사를 보도한 연합뉴스에도 유감을 밝혔다.
앞서 최 대표는 지난 8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건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2시간 뒤인 밤 10시쯤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대표는 글에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고 남겼다. 이어 “‘공직자의 도리’ 윤 총장에게 가장 부족한 지점. 어제부터 그렇게 외통수라 했는데도…ㅉㅉ”라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이날 오후 7시50분쯤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은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음’이라는 내용이었다. 최 대표가 한차례 게시한 ‘법무부 알림’은 법무부가 언론에 밝히진 않은 사항이었다.
법무부는 8일 “금일 법무부 알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내용 일부가, 국회의원의 페북에 실린 사실이 있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법무부는 “다만 위 내용은 법무부의 최종 입장이 아니며, 위 글이 게재된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 대표가 법무부와 내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엄중해야 할 법무부 내 논의가 사전에 최 대표에게 전달됐는지 법무부도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최 대표도 입수 경위를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만일 가안이 최 대표에게 전달된 것이 맞는다면 전달한 책임자는 엄중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9일 다시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안은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의 소통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장관은 풀(알림) 지시를 하면서, 초안인 A안과 수정안인 B안 모두를 내는 것으로 인식하였으나 대변인실에서는 B만 풀을 하였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대변인실 풀 시점에서 A안과 B안이 모두 나가는 것으로 인식한 일부 실무진이 이를 주위에 전파했다”며 “국회의원에게 보낸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국회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포함한 다수의 소셜미디어에 A안이 게재되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과 대변인실의 소통 문제로 하나의 입장문만 공개됐는데, 그 사이 다른 버전의 입장문이 실무진을 통해 알려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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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