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계도 코치 폭행 피해자 다수… 최숙현 심정 이해”

입력 2020-07-09 13:46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스포츠 폭력 근절,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최숙현 선수의 사망으로 체육계에 만연한 폭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피겨계에서도 선수에게 폭력을 휘두른 코치가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피겨 선수 자녀를 둔 최모씨는 9일 국회의원회관 제1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스포츠 폭력 근절,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에서 “저희 아이는 피겨 코치에게 폭행을 당하고, 폭언을 들었다.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벌금 20만∼30만원에 그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다른 관할 경찰서와 상담도 했지만, 힘없는 부모들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고 최숙현 선수가 얼마나 참담했을지 잘 알 것 같다”는 최씨는 “2차 피해까지 발생하는 걸 보고, 경찰, 관계 기관 등 진정서를 넣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데 도움을 받기 어려웠고, 가해 혐의자 변호사는 보도를 한 언론사를 고소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에서 감독과 팀 닥터라고 불린 운동처방사, 팀 선배들에게 본 피해를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경주시청, 경찰, 검찰,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에 호소하고도 보호받지 못했던 고 최숙현 씨를 떠오르게 하는 증언이다.

최씨는 지난해 9월 대한빙상연맹에 진정서를 냈고, 11월에 해당 지도자가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피해자 어머니 4명이 모여서 진정을 냈는데 ‘1년 자격 정지’만 나와서 너무 속상했다”며 “그런데 징계를 받은 지도자가 재심을 신청했고, 그 사이 피해자 증언이 더 나왔다. 해당 지도자의 자격 정지 기간이 3년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심의 과정에서 개인 코치가 공식적인 ‘지도자 자격증’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 더 놀라운 건 해당 코치가 징계 중 다른 아이스링크에서 지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씨는 “다른 피해자 어머니가 아이스링크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그 지도자를 봤다더라. 빙상연맹에 다시 신고했더니 ‘개인 레슨까지는 막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어제도 훈련을 진행했다더라”고 전했다.

최씨의 자녀는 폭행을 당하고도 “피겨가 좋다”고 했다. 최씨는 “아이가 그 코치를 생각하면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도 피겨가 좋다고 하니, 계속 배우고는 있다. 그런데 그(가해 혐의자)를 우리 아이가 아이스링크에서 마주친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어린아이들이 행복하게 운동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