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부정’ 휘문고, 교육감 직권으로 지정취소 결정

입력 2020-07-09 13:19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전경. 서울교육청은 회계부정이 발생한 서울 휘문고에 대해 9일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뉴시스


회계부정이 발생한 서울 휘문고가 자사고 지정취소결정을 받았다. 교육청이 사법부 판단에 근거해 자사고를 지정 취소하기로 직권 결정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일 ‘자율학교등 지정·운영회’지정·운영회’를 열어 심의한 결과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감사, 수사 및 재판 결과 이 학교에서 심각한 회계부정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 3에 따르면 교육감은 자사고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 그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학교법인 휘문의숙의 전 명예이사장 A씨는 휘문고 행정실장 B씨 등과 공모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공금 38억2500만원을 횡령했다. 학교법인 명의 계좌로 시설사용료를 받아 전액 현금·수표로 인출하고 계좌를 폐쇄하는 등의 방식이 사용됐다. A씨의 아들인 당시 이사장 C씨는 이를 방조했다.

또 A씨는 학교 법인카드 사용 권한이 없음에도 5년간 2억3900여만원을 개인용도로 썼다. 카드 대금 일부를 학교 회계에서 지출하기도 했다. B씨는 체육관 수리비 명목 하에 2000만원을 개인 명의 통장으로 받아 횡령했다.

교육청은 2018년 감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학교 관계자들의 수사를 의뢰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9일 B씨와 C씨에 대해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의 경우 1심 선고 전에 사망해 공소기각처리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감사 결과와 대법원 확정판결 등을 종합해 신중히 검토했다”며 “(별도의 지정 취소 없이도) 5년 뒤에 일괄 전환되긴 하겠지만, 이 정도의 부정을 저지른 학교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봤다”고 밝혔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 운영성과평가의 법적 근거는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입학비리나 회계부정, 교육과정 부당 운영 시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다.

문제를 일으킨 주체가 이사장 일가지, 학교가 아니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휘문고 사례는) 명백히 회계부정에 해당한다는 법적 자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향후 교육청은 오는 23일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지정 취소 여부를 판단한 다음 교육부에 동의를 신청하게 된다. 교육부가 동의할 시 휘문고는 2021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