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몸매 펭수같아” “살 좀 빼”… 유치원 관리자 갑질 심각

입력 2020-07-09 12:49 수정 2020-07-09 15:42
국민일보 DB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 조사 결과 유치원 관리자의 폭언과 갑질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지난 5월 대전시내 유치원 교사 209명을 대상으로 갑질 피해를 설문한 결과, 가장 흔한 갑질이 외모 지적이었다고 9일 밝혔다. 응답자들은 유치원 원감으로부터 ‘살 빼라, 입술 (립스틱) 좀 발라라’ 등의 옷차림과 외모를 지적받는가 하면 ‘너는 어떻게 들어간 곳, 나온 곳이 구분이 안 되냐? 너를 보면 펭수 캐릭터가 떠오른다’는 폭언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을 그렇게밖에 못 하니?’ ‘너 임용고시 합격한 거 맞아?’와 같은 반말도 서슴지 않는다고 설문에 답했다.

사적인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키고 주말을 이용해 다른 기관에 감사인사로 건넬 과일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해 유치원 예산을 빼돌려 물품을 사라고 요구하는 때도 있었다. 교재·교구, 비품을 구매할 때 지인을 소개하고 업자를 사무실로 부르는 등 지인 특혜가 의심되는 사례도 나왔다.

휴가나 병가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원장 등 관리자가 일일이 간섭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전교조는 “유치원 원장, 원감, 행정실장 등 관리자의 갑질이 일상으로 자리를 잡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했다”면서 “일부는 갑질의 범위를 넘어 비리에 해당해 교육청의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에 유치원 갑질문화 근절을 위한 행정지도를 요청했으나 감사관실에서 지난 6월 모든 학교에 공문을 보내 ‘갑질 현장 사례’에 유치원 사례 일부를 추가해 소개하고 공무원 행동강령 자료실에 관련 내용을 올리는 선에서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 관계자는 “설문 조사에서 드러난 다양한 갑질 피해 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피해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유치원 관리자 비리와 갑질 의혹 진상규명과 처벌을 요구하는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