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美 코로나 검사… 키트 없어 2주 기다리기도”

입력 2020-07-09 12:45
8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에딘버그에 있는 HEB공원에서 한 남자가 미 보건부 대량 시험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엉망진창이에요. 국가 차원의 대응이 없어서 당장 검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못 받는 어이없는 상황이죠….”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발생 4개월 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300만명이 넘는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13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2차 대유행이 벌어진 미국은 현재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기본 5일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고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전했다.

애리조나주(州) 투손에 사는 제니퍼 허드슨(47)은 현 상황을 “엉망진창”이라고 비관했다. 그는 얼마 전 대형 약국체인인 CVS파마시에 드라이브스루 검사를 예약했다. 이후 피로감, 호흡곤란, 두통, 인후통 같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검사소에서 돌아온 대답은 “검사를 해도 결과를 받아보려면 한참 대기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봉착한 미국에선 검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불볕더위 속 선별진료소 앞에 줄을 서 몇 시간을 기다려도 검사를 받을 수 없다. 일부는 줄이 밀려 1~2주일가량 진단조차 받지 못한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의 한 선별진료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날 검사소는 문을 연지 몇 분 많에 검사 키트가 동이 났다. AP연합뉴스

어렵사리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은 리씨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처음 찾아간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에선 ‘이미 검사 한계치에 다다랐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간 곳은 비로 문을 닫았고, 세 번째로 찾은 곳에선 이미 사람들이 3시간 넘게 대기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어 포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선별진료소가 열기 2시간 전에 대기해 겨우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며 “의심증상이 있는데 검사가 가능한 진료소를 찾아다니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이상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는 꼬박 7일이 더 걸렸다.

선별진료소에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뿐만이 문제가 아니다. 진단 키트가 떨어졌다. 일부 실험실이나 연구소들은 검사를 진행할 시료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지난달 20일 미국 오클라호마주(州) 털사에 BOK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 전역이 몸살을 앓는 와중 대통령 선거유세 현장에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BOK센터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너무 많이 검사하면 확진자도 많아진다”며 “검사 속도를 늦추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논란이 일고 난 후 미국 전체의 코로나19 검사는 전과 비교했을 때 빨라졌다. 2주일 전 하루 51만8000건에서 지금은 하루 평균 64만건의 검사를 실시한다.

다만 검사량이 많아지자 신규 확진자가 하루 5만명을 넘어서는 등 매순간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최근 확진자 비율은 애리조나주 27% 플로리다주 19% 사우스캐롤라이나주 17%로 급증세다.
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가든 인근 하드록 스타디움 외강의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한 차량이 줄 지어 서 있다. AP연합뉴스

존스 홉킨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지만, 인구당 검사실시 비율은 러시아 스페인 호주보다 낮다.

하버드대학교 국제보건연구소장 아시시 지하 박사는 “총체적 지도력의 부재”라며 “연방정부가 국민을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에서 구해내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전염병 발생 6개월이 지나도록 검사가 필요한 국민에게 검사를 신속히 받을 수 있게 해줄지 모르고 있는 게 큰 충격이다”며 “어이가 없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피닉스 서부 인근 매리발레 지역에 무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자원봉사 의료진들이 사람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들은 검사뿐만 아니라 감염자 동선파악이나 격리 같은 조처가 뒷받침돼야 전염병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사 자체가 늦어질수록 더 많은 환자가 늘어나고 누구를 격리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전염병이 더욱 확산할 것이라 우려했다.

미국 보건 당국은 검사 부족과 미신고된 경증 감염환자들을 종합하면 8일 현재 누적 확진자는 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본다. 미국 내 감염자 수보다 10배 높거나 미국 인구 전체의 10%가 감염된 상태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