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통신 기지국이 지진도 감지한다.
SK텔레콤이 기상청·경북대학교와 손잡고 한반도의 지진 탐지 및 경보체계와 연계할 수 있는 ‘지진관측 네트워크’를 시범 구축한다고 9일 밝혔다. SK텔레콤은 전국에 있는 기지국, 대리점 등 3000곳에 지진감지센서를 설치하고 이를 기상청의 지진관측시스템과 연동해 지진에 대응할 수 있는 ‘지진관측 네트워크’를 만든다. 통신사 기지국을 활용한 첫 사례다.
SK텔레콤은 올해 안에 파출소, 초등학교 등 8000여곳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의 지진감지센서는 한 뼘 크기의 220V 플러그 타입으로 설치와 이동이 편리다. 또 초당 100회의 진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밀 분석을 통해 일반 진동과 지진을 구분하도록 설계돼 있다. SK텔레콤은 앞으로 지진감지센서에 관측되는 24시간 실시간으로 진동 데이터, 기압 등을 SKT 수집서버로 분류해 기상청에 보낸다.
기상청은 SK텔레콤과 협력을 통해 지진 관측 자료가 추가되면 보다 정확한 진도정보 생산과 지진조기경보 시간 단축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상청은 제공받은 진동 데이터를 국가 지진관측망과 융합하여 진도정보생산, 지진조기경보 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추진 중이다. 현재 기상청은 전국 338개 지진관측소의 지진 관측 자료를 활용하여 지진 관측 후 7~25초 안에 지진조기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SK텔레콤·기상청·경북대는 국가 지진대응체계 고도화를 위한 연구를 2021년까지 추진한다. 기상청은 SKT 기지국 내 설치된 지진감지센서의 진동 데이터를 기상청의 지진 관측 자료와 비교해 지진 분석의 성능을 검증하고 지진정보 서비스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내진, 진동 등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기상청, 경북대학교와 함께 모의 지진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을 위해 지진 규모 6.0 이상 지진과 유사한 진동을 발생시켜 기지국으로부터 진동 데이터를 수집, 분석 등의 과정을 선보였다.
권영우 경북대 초연결융합연구소장 교수는 “예를 들어 포항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파의 속도와 진도 차이로 인해 50㎞ 떨어진 대구 시민과 150㎞ 떨어진 대전 시민의 행동요령은 다르게 받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밀한 지진 관측은 필수”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 횟수는 88회였다. 이 중 규모 4.0 이상 2건의 지진은 강원도 동해와 경북 포항에서 각각 50㎞ 가량 떨어진 해역에서 발생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