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 관공서와 주요 건물이 ‘코로나19 셧다운’으로 문을 닫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소규모 집단감염을 불러오는 감염지도 급증추세다.
9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확진자가 다녀간 관공서와 도심 주요건물이 연쇄적으로 폐쇄되고 있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군청, 보건소, 학교 등 공공기관은 물론 랜드마크로 꼽히는 대형 건물까지 출입이 제한돼 혼란을 더하고 있다.
전남도는 이날 추가 확진자 발생에 따라 영암군청과 시종·서호·금정면 등 면사무소 3곳과 경로당 3곳을 폐쇄조치했다고 밝혔다.
도는 전남 30번째 확진자인 영암 금정면장 A씨와 함께 근무하는 30대 여성 사회복지직 공무원 B씨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자 이 같은 긴급조치를 내렸다.
전남 31번째 확진자 B씨는 지난 7일 금정면장 A씨와 식사를 함께 하는 등 밀접 접촉했다가 확진판정이 내려졌다. B씨는 무증상 상태에서 진단검사를 받았다가 양성결과가 나왔다.
더구나 B씨는 사회복지직으로 업무상 노인접촉이 많았다. 도는 B씨가 들렀던 경로당 3곳, 시종면·서호면 면사무소, B씨의 가족이 근무하는 영암군청 폐쇄와 더불어 전체 직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에 들어갔다.
앞서 광주 상수도 행정을 총괄하는 상수도사업본부가 8일 폐쇄조치됐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가 14층에 입주한 삼성화재 광주 상무사옥 16층에서 근무 중인 50대 여성이 광주129번 확진자로 판정됐기 때문이다.
해당 확진자는 소규모 집단감염지로 지목된 SM사우나 관련자로 확진판정 전날인 6일까지 사무실에 정상 출근해 구내식당·엘리베이터 등을 수차례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화재 광주 상무사옥은 번듯한 외관에다 번화가 한복판에 들어서 광주의 주요 랜드마크 건물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지상 17층 규모로 ‘콜센터’ 등에 상주하는 인원이 4000여명에 달한다.
현재 70여명의 공무원이 근무 중인 상수도사업본부 사무실이 당분간 폐쇄되고 건물 전체의 방역소독이 진행되면서 관련 행정의 업무차질은 불가피해졌다.
전남도 청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도는 7일 농업정책과, 일자리정책과, 세정과 등 3개과 직원 전원을 조기 퇴근시키고 자가 격리하도록 했다.
해당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전남 30번째 확진자 A씨(영암 금정면장)와 어울려 지난 4일 골프를 치고 밀접 접촉한 것으로 드러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금정면사무소 역시 폐쇄와 함께 전체 직원들의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진행 중이다. 영암군청 등의 폐쇄를 유발하게 된 확진자 A씨는 강진의료원으로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보성군 회천면사무소와 군청 1개 부서도 A씨와 접촉자가 근무 중이어서 폐쇄됐다.
도가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광주시에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시점에 도청 간부 공무원 등이 골프 라운딩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 기강해이가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도가 3개과의 사무실을 폐쇄했으나 도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결재나 업무협조를 위해 청사를 한동안 돌아 다녔을 텐데 괜찮을지 모르겠다”며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당 부서 공무원에 대한 검체검사에서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경우 도청 전체가 영암군청에 이어 전면 봉쇄되는 초유의 사태도 불가피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전남도 산하 공무원이 확진판정을 받고 도 청사 일부와 군청, 면사무소가 줄지어 폐쇄된 것은 처음이다.
전남지역 관가에 비상이 걸리자 김영록 전남지사가 긴급 브리핑을 갖고 “소모임과 퇴근 후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공무원들에게 당부하고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남지역은 전체 인구의 22.6%가 65세 이상 고령자라는 점에서 만일의 코로나19 확산이 현실화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확진자 밀접 접촉자가 일하는 공공시설도 잇따라 폐쇄되고 있다. 전남 화순군 보건소와 광주복지플러스센터는 직원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아 폐쇄조치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화순 보건업무와 실업금여 지급업무 등이 중단됐다. 광주 송광중학교도 교직원 가족이 확진자로 분류돼 8일 오전 학생들을 하교시키고 신속히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시민들은 코로나 19확산세 속에서 도심 랜드마크 건물과 관공서까지 잇따라 출입 통제되자 혼란스런 모습이다.
반면 광주 코로나19 집단 감염지는 고시학원, 사찰, 교회, 사우나, 요양원, 방문판매업체 등 9~10곳으로 증가해 불안을 더하고 있다.
시와 보건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철저히 준수하고 고위험 시설 출입을 최대한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시와 보건당국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집단감염 발생시설 방역소독부터 확진자, 접촉자들의 동선에 포함된 주요 시설의 방문자 가족까지 다각적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턱밑까지 와있다”며 “지역사회 감염고리를 끊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지만 다발적 소규모 감염지와 무증상자가 잇따라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