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성남시장직 유지…대법, ‘정치자금법 위반’ 파기환송

입력 2020-07-09 10:34 수정 2020-07-09 11:16

조직폭력배 출신이 대표인 기업으로부터 차량 편의를 불법으로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은수미 성남시장이 시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 시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에 관해 검사의 적법한 항소이유 주장이 없었음에도 원심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검사가 항소 이유로 단순히 ‘양형 부당’이라고만 적고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음에도 원심이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검사의 항소 주장이 적법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원심이 벌금액을 높인 것은 피고인만 항소한 재판에서 불리한 선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 사유는 판사의 직권 심판 대상에 해당하지도 않는 점도 파기환송 판결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이 검사가 이미 제출한 항소 이유 기재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파기환송심도 1심에서 선고한 벌금 90만원보다 무거운 형을 판결할 수 없다.

파기환송심에서 어떤 결정이 나와도 은 시장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지 않게 돼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선출직 공무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된다.

은 시장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성남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인 이모씨가 대표로 있는 코마트레이드측으로부터 95차례에 걸쳐 차량 편의를 불법으로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은 시장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벌금을 300만원으로 높였다.

1심과 2심은 은 시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봤지만, 형량은 다르게 적용했다.

1심은 “운전기사 최씨는 월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은 시장의 운전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 등에 기초한 자원봉사를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은 시장이 차량을 이용한 것은 정치활동을 위한 교통비 상당의 이익을 제공받은 것이다”면서도 “은 시장이 시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볼 정도로 죄책이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은 시장은 교통 편의를 도모하려는 정치자금 제공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서 이를 기부받은 것으로 인정된다”라며 “은 시장이 성남시장으로 당선됐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공직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누구보다 높은 준법 의식을 요구하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