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 선수가 소속됐던 경북 경주시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의 해외 전지훈련비 착복 의혹이 제기됐다.
8일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트라이애슬론 선수단의 동계강화 해외 전지훈련비로 시보조금 8200여만원과 트라이애슬론협회에서 900여만을 지원했다. 훈련기간은 지난해 1월19일부터 4월4일까지 76일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트라이애슬론팀 김 모 감독은 시보조금 8200여만원을 A여행사에 지급한 뒤 부가세와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일부를 뺀 나머지 금액을 다시 돌려받았다. 여행사 측은 관계 서류를 지난달 경주경찰서에 제출했다.
김 감독은 이 돈으로 직접 해외 전지훈련지 등을 정하고 비용을 지출했다. 전지훈련지도 2014년부터 7년 동안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한 곳만 고집했다.
전·현직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들은 “해외 전지훈련 직전 모 여행사가 입금된 전지훈련비에서 부가세와 수수료 일부를 뺀 나머지 금액을 김 감독에게 재송금 해줬다”며 “해외 전지훈련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해외 전지훈련비 착복은 수년 동안 이뤄져 온 것으로 보인다.
전 경주시체육회 한 간부는 “해외 전지훈련비 역송금은 본인이 근무할 당시에도 문제가 돼 ‘앞으로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지훈련기간도 2014년 30일에서 차츰 늘어나 지난해는 76일간 해외에 머물렀다. 어린 선수들은 두 달 넘게 해외에 머물면서 가혹 행위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훈련기간이 늘면서 비용도 크게 증가했다. 2014년 4500여만원이던 훈련비는 2015년 4700여만원, 2016년 6300여만원, 2017년 5900여만원, 2018년 8800여만원, 지난해는 9100여만원까지 늘었다.
김 감독은 매년 경주시와 협회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고도 선수들에게 훈련비를 별도로 받아냈다. 최 선수의 동료 선수들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전지훈련비 명목으로 개인당 100만원씩 갹출했다”고 폭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해외 전지훈련비 유용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경주시체육회의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체육회의 연간 총예산 56억원 중 직장운동경기부 5개팀 운영 예산만 30여억원에 이른다. 이중 트라이애슬론 선수단이 9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우슈 8억5000만원, 마라톤 6억2000만원, 검도 3억3000만원, 궁도 2억1000만원 규모다.
경주=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