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회 소모임 금지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게재된 지 하루도 안 돼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 최소 기준인 20만명을 돌파했다.
청원인 A씨는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부의 교회 정규 예배 이외 행사 금지를 취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이 글에서 정규예배 외 모임·행사 금지·단체 식사 금지 등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교회 소모임 제한 방침을 거론하며 “정부의 조치는 교회를 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럽·노래방·카페 등 인구 밀집 시설은 조처를 취하지 않는데, 교회만 소모임을 제한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다.
A씨는 이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겠지만, 극소수 교회 사례로 모든 교회를 제재하는 건 무리한 방역 조치다. 또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교회에서는 집단 감염이 보고된 바가 없다”며 “이는 (다른 종교 및 시설과 비교했을 때) 명백한 차별이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교회 소모임 금지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그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20조 1항 내용을 언급하며 “왜 교회만 탄압하나.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란 이런 것인가”라며 “그것이 아니라면 ‘교회 정규예배 이외 행사 금지 조치’를 취하해달라”고 글을 맺었다.
해당 청원은 9일 오전 8시30분 기준 22만 3074명의 동의를 받았다. 게재된 지 하루도 안 돼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 최소 기준인 20만명을 훌쩍 넘긴 것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교회 차별’ 논란을 반박했다. 그는 9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교회만 콕 짚은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에 “최근 교회의 소규모 모임과 식사에서 집단으로 감염 확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다른 시설이나 종교도 계속 지켜보고 분석하고 있다”며 “우선 필요한 부분에 선조치했다”고 밝혔다.
‘정규예배는 왜 제외했나’라는 질문에는 “교회 감염사례들을 분석해보면 일상적인 예배는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종교 예배에서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역학조사의 결과를 반영한 내용이다”라고 답했다.
‘교회 소모임이나 일반인들이 카페에서 차 마시고 밥 먹는 거랑 뭐가 다르나’라는 청취자 질문에는 “교회 소모임과 카페에서 담화를 나누는 것과 다른 측면의 몇 가지 위험이 있었다”며 “시간이 상당히 오래 경과된 채로 한 공간에 같이 있거나 찬송을 하면서 비말이 튀는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졌다든지 하는 위험이 있었다. 그러한 위험으로 인한 감염사례가 축적돼서 나타난 결과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청원의 주장과 달리 모임 제한 적용 대상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8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모임 제한이) 교회만 적용이 돼서는 안 된다”며 “어떤 형태이든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방역지침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면 같은 대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는 10일 오후 6시부터 교회에 대해 정규예배 외 모임·행사 금지, 단체식사 금지, 상시 마스크 착용 등 핵심 방역수칙 준수 의무화를 적용한다고 전날 밝혔다. 금지되는 모임에는 수련회, 기도회, 부흥회, 구역예배, 성경공부 모임, 성가대 연습 등이 포함됐다.
예배 시 찬송이나 통성기도 등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말을 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찬송하는 경우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음식 제공이나 단체 식사도 중지하고, 출입자 명부는 반드시 작성하도록 했다. 이러한 방역수칙을 위반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책임자·이용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고, 집합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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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