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법무부 입장문 유출 미스터리…진중권 “제2국정농단”

입력 2020-07-09 08:07 수정 2020-07-09 09:12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 지휘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입장문 가안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사전 유출된 정황이 포착됐다. 법무부는 유출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위에 대해선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가 공식 입장을 내기도 전에 범여권 대표를 통해 사전 조율이 이뤄진 것이냐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제 2의 국정농단’이라고 규정했다.

최 대표는 지난 8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건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2시간 뒤인 오후 10시쯤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대표는 글에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고 남겼다. 이어 “‘공직자의 도리’ 윤 총장에게 가장 부족한 지점. 어제부터 그렇게 외통수라 했는데도…ㅉㅉ”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건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발표하기 전 추 장관과 문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가안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금일 법무부 알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내용 일부가, 국회의원의 페북에 실린 사실이 있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법무부는 “다만 위 내용은 법무부의 최종 입장이 아니며, 위 글이 게재된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열린민주당사에서 열린 제1차 열린민주당 비상대책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가 이날 오후 7시50분쯤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은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음’이라는 내용이었다. 최 대표가 한차례 게시한 ‘법무부 알림’은 법무부가 언론에 밝히진 않은 사항이었다. 최 대표는 ‘법무부 알림’ 글을 올린지 30분 뒤인 오후 10시20분쯤 이 글을 지웠다. 그러면서 “공직자의 도리 등의 문언이 포함된 법무부 알림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와 삭제했다. 법무부는 그런 알림을 표명한 적이 없다”며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고 남겼다.

의문의 ‘법무부 알림’ 메시지는 최 대표뿐만 아니라 이른바 ‘조국 백서’의 저자들을 비롯한 여권 지지자 상당수가 페이스북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법무부 입장문이 사전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자 최 대표는 즉각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 배후설을 음모론으로 미래통합당에서 제기하더니, 마치 제가 법무부와 교감하며 뭔가를 꾸미는 것처럼 또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를 한다”며 “완전히 헛짚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8일) 충남 공주에서 특강을 하고, 세종시에서 그간 보고싶던 좋은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밤 늦게 귀가하면서 SNS를 살피다 언뜻 올라온 다른 분의 글을 복사해 잠깐 옮겨적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다른 분이 누구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최 대표는 “20여분 후, 글을 보신 다른 지인이 법무부가 표명한 입장이 아니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려와 곧바로 글을 내리고 정정한 것이 전부다”며 “법무부 가안이 존재한다는 점은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법무부를 들여다본다는 것에 기가 막힐 뿐이다”며 법무부와 전혀 관련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 대표의 해명이 불완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 전 교수는 “제2의 국정농단이 맞다”며 “최 대표가 ‘언뜻 올라온 다른 분의 글’을 옮겨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다른 분’이 누구인지 밝히면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분 후에 글을 보신 다른 지인께서 법무부 알림이 아니라고 알려주셨다는데 또 그 ‘다른 지인’은 누구냐”고 물었다.

진 전 교수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법무부의 공지를 가안 상태에서 SNS에 올리는 또라이가 어디에 있는지”라며 “아마 (최 대표가 알림을) 스마트폰 문자로 받았을테고 그걸 이 친구가 SNS에 올릴 거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을 것이다. 그러다 사달이 나니 다시 전화해 내리라고 한 것으로 ‘다른 분’과 ‘다른 지인’이 동일인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아직은 순전히 저의 주관적 추측에 불과하지만 까딱하면 사건이 커질지도 모르겠다”며 “최순실 사태도 시작은 미약했죠”라고 덧붙였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